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시시비비]종교는 왜 쇠퇴하는가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종교의 시대는 가고 있다. 더 이상 ‘으뜸 되는 가르침’이 아니다. 과거에 종교는 하늘의 대리자 역할을 했다. 종교인들의 말은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졌고 권위는 하늘을 찔렀다. 황제마저 교황에게 무릎을 꿇었던 중세시대 ‘카놋사의 굴욕’이 상징적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승려 신돈이나 보우처럼 국왕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종교인의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대에 들어와 종교, 특히 개신교와 천주교는 서양 문명의 도래와 흐름을 같이 했다. 초대 국회의장 이승만이 국회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하나님에 대한 기도’였다. 문명과 지도층은 기독교를 매개로 결합해 세를 확장했다. 경제 발전과 함께 두 종교의 인구는 상승 곡선을 그렸다. 반면 불교는 ‘민족 문화 유산의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내세우며 이에 맞서왔다.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종교는 권력을 옹호하거나, 때로는 권력에 맞서면서 사회적인 영향력을 유지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글로벌화,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개인화 흐름이 거세다.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사회 발전, 과학 기술의 진화, 문화적인 변화는 종교의 입지를 줄였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종교의 위기는 심화하고 있다. 지난주 만난 한 종교인은 “코로나19 사태 전과 비교해 종교 시설에 나오는 신도 숫자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떠난 신도들이 코로나19가 종료되는 시점에도 돌아오지 않는다며 걱정이 컸다.


조사 결과도 종교의 쇠퇴를 보여준다.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12월 7일 발표한 ‘2022 종교인식조사’가 그것이다. 2021년에 비해 5대 종교의 호감도가 모두 떨어졌다. 일반인들만 그런 게 아니다. 종교인들 스스로 평가한 호감도도 전년보다 하락했다. 종교가 내 삶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 또한 1년 전보다 4%포인트 낮았다. ‘종교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도 4년 전보다 3%포인트 늘었다. 특히 2030세대 무종교 비율이 크게 늘었다. 2004년 20대의 45%가 종교를 믿었지만 2021년에는 22%로 급감했다. 30대 역시 2004년 49%에서 2021년 30%로 감소했다.


종교의 위기를 불러온 것은 사회적인 환경 변화나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상황만은 아니다. 종교 내부 탓도 크다. 종교인이 지적, 문화적, 윤리적 측면에서 일반인보다 낫다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3.1절에 일장기를 내건 목사, 대통령 부부가 비행기에서 추락하라고 기도한 신부, 부적절한 곳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다 들킨 승려…. 성범죄를 저지른 종교인들의 사례는 잊을만하면 뉴스에 등장한다. 한마디로 “배울 게 없고, 문화적으로 뒤처졌으며, 친절하지도 않다. 윤리적인지도 의문이다”로 요약할 수 있다. 종교인에 대한 ‘신뢰의 위기’야말로 종교 위기의 본질이다.


AD

종교가 믿고 따르는 이들의 마음을 얻으려 하기보다 국고보조금에 기대고 십일조를 강요하며 복을 비는 행태에만 주력한다면 정상은 아니다. ‘정신’보다 ‘물질’을 숭상한다는, ‘직업으로서의 종교’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이런 종교인들이 많다면 종교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지금 종교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소종섭 트렌드&위켄드 매니징에디터 kumkang2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