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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섭의 금융라이트]은행과 과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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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지적한 은행의 '과점구조'
외환위기로 과점시장 형성한 국내은행
정부·금융당국, '과점깨기' 방안 모색

편집자주금융은 어렵습니다. 알쏭달쏭한 용어와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마구 얽혀있습니다. 하나의 단어를 알기 위해 수십개의 개념을 익혀야 할 때도 있죠. 그런데도 금융은 중요합니다. 자금 운용의 철학을 이해하고, 돈의 흐름을 꾸준히 따라가려면 금융 상식이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합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매주 하나씩 금융이슈를 선정해 아주 쉬운 말로 풀어 전달합니다. 금융을 전혀 몰라도 곧바로 이해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로 금융에 환한 ‘불’을 켜드립니다.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은행과 과점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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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들이 높은 기준금리에 기대 고수익을 벌어들이고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비판 여론에 대통령까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은행의 과점구조를 꼽았는데요. 과점시장은 어떤 폐해를 만드는지, 지금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정말 과점 때문인지 따져보겠습니다.


소비자 후생 떨어뜨리는 과점시장

‘과점(oligopoly) 시장’이란 소수의 기업에 의해 지배되는 시장을 말합니다. 경제학에서는 과점시장의 특징으로 ‘경쟁적 시장보다 생산량이 적은데 가격은 경쟁적 시장보다 높다’고 표현하는데요. 원래 기업들은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끊임없이 투자와 혁신을 단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가격은 줄어들죠. 하지만 과점시장에는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혁신이 필요 없습니다. 시장에서 필요한 수준보다 적게 생산되고 가격도 비싸죠.


과점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먼저 ‘진입장벽’입니다. 애초에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나기 힘든 산업이라면 과점시장이 형성됩니다. 정부의 허가가 있어야만 영업할 수 있다거나, 초기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거나, 매우 어려운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거나 하는 경우죠. 치열한 경쟁 결과 과점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초기에 여러 기업이 경쟁을 펼치면서 비효율적인 기업은 퇴출당하고 혁신적인 소수기업들이 과점시장을 꾸리는 거죠.


반시장적인 방법으로 과점시장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때로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방법들을 사용해 경쟁자들을 몰아냅니다. 품질향상과 가격혁신으로 시장에서 지배력을 차지하는 게 아니라, 순전히 시장을 독차지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이 연합하면 과점시장이 만들어집니다.


과점시장은 소비자의 후생을 떨어뜨립니다. 시장 내 기업들이 몇 개 없다 보니 이들은 가격인하경쟁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비가격경쟁’을 하죠. 상품의 차별화, 광고, 갖가지 판매조건 등을 이용합니다. 가격을 담합하거나, 기업연합(카르텔), 기업공동(트러스트)처럼 경쟁 없이 하나의 독점기업처럼 움직이려는 성격도 나타나고요. 기업의 개수가 적기 때문에 한 기업의 행동이 다른 기업의 행동에 상당히 강력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한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다른 기업도 가격을 올리는 거죠.


외환위기 후 과점혜택 누리는 국내은행들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은행과 과점시장 생산자 수에 따른 시장의 유형. 자료=KDI

이렇게만 보면 과점시장은 무조건 없애야만 할 것 같지만 사실 현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시장입니다. 통신, 영화관, 백화점, 항공, 가전, 자동차, 술, 라면 등이 과점시장의 예시로 꼽히죠. 반면 경제학에서 이상적인 구조로 꼽는 완전경쟁시장은 현실에서 거의 보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모든 과점시장을 없애려고 하면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도 크고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과점시장의 경우 없애기보다 ‘불공정행위’를 엄격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겁니다. 담합행위를 하지 않는지 혹은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 부당한 일을 하지 않는지 철저하게 감시해야 한다는 거죠.


그럼 은행시장은 과점시장일까요? 국내 은행법과 주요 5대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형성과정을 보면 과점시장이 분명해 보입니다. 우선 한국에서 은행 영업을 하려면 반드시 정부 인가를 받아야 합니다. 또 영업을 하려면 지켜야 할 규제도 엄청나게 까다롭습니다.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란 뜻입니다.


게다가 이들 5개 은행은 과감한 혁신으로 과점시장의 플레이어가 된 게 아닙니다. 1990년대 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덩치를 키울 수 있었죠. 사실상 정부 덕에 과점시장이 된 거죠. 2005년 작성된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은행산업은 소수의 대형은행 중심으로 재편됐다”면서 “이러한 구조변화는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한 은행들을 합병을 전제로 민간에 매각한데 상당 부분 기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외환위기로 망해버린 은행을 정부가 세금으로 살렸고 이를 다시 민간에 넘기는 과정에서 몇몇 은행들이 덩치를 크게 불렸다는 거죠. 1997년 당시만 해도 한국의 시중은행은 26개였습니다. 과점시장이 아니었죠. 하지만 외환위기로 정부가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지방은행까지 12개로 확 줄어들었습니다.


5대은행의 시장지배력으로 살펴보면 어떨까요?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이 여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1.4%로 높습니다. 수신시장에서도 63.4%를 차지하고요. 다만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자산 기준 상위 3개사 점유율 순위는 시중은행들이 18위 정도로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과점시장 완화방안 모색하는 정부
[송승섭의 금융라이트]은행과 과점시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이러한 과점체제 때문에 지금의 은행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않고, 이자장사처럼 손쉬운 사업에만 치중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입니다. 5대은행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90%가 넘습니다. JP모간이나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50% 수준인데 말이죠. 순이자마진도 주요 금융선진국 중 미국·영국을 제외하면 가장 높습니다. 안정적인 예금과 채권발행으로 돈을 모으고 대출사업으로 돈을 빌려주며 국내에 치중된 수익을 내왔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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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이를 위한 방안 모색을 시작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임원 회의에서 5대은행 과점형태를 깰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고요. 업계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 확대, 핀테크 금융업 진출, 저축은행의 시중은행화, 인허가를 쪼개서 내는 ‘스몰 라이선스’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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