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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과 보존]②영상 문화유산 발목 잡는 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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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OTT 영화 규정하는 조항조차 없어
영상자료원 수집 범위 OTT 콘텐츠로 확장
"보존·복원 여건 충분…이점 극대화해야"

영화관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시대는 끝났다. 스크린이 전 세계 가정의 TV와 개인의 스마트폰으로 확장했다. 플랫폼의 다변화와 장르의 탈경계, 관객의 주체성 등이 두드러진다. 특히 영화와 방송의 경계가 모호하다. 하나의 산업으로 수렴되는 혼란기를 통과한다. 판이해진 환경에 법·제도는 조금도 대응하지 못한다. 극장 영화와 OTT 영화를 규정하는 조항조차 없을 정도다.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지원도 답습에 그친다.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수집과 보존]②영상 문화유산 발목 잡는 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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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은 다른 기관들이 엄두도 못 내는 통합에 점진적으로 다가간다. 수집·보존 범위를 기존 영화에서 OTT 콘텐츠 등으로 확장한다. 최근에도 쿠팡플레이 '안나' 감독판을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면 넘겨받기로 했다. 김홍준 원장은 "영화와 방송 구분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포괄하려 한다"면서 "드라마 등을 수집할 의무는 없지만 급변하는 환경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새로운 시도는 가시밭길이다. 영상자료원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근거해 개봉영화 제출제도를 시행·운영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상영등급을 부여받은 영화는 60일 이내에 본편, 대본 등을 제출해야 한다. OTT 영화는 예외다. 법률에서 규정하는 '영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상영 또는 원본 파일을 기부해도 보상금을 받을 수 없다.


영상자료원은 문제 해결을 위해 넷플릭스 등 다수 OTT와 긴밀하게 논의한다. 검토 대상에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도 있다. 김 원장은 "'오징어 게임'의 경우 영화 제작진이 그대로 참여했다. 세계적 흥행 여부를 떠나 영화 데이터베이스 구축 차원에서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 기관들은 뮤직비디오, TV CF까지 모은다"고 덧붙였다.


OTT 시대를 맞아 고민은 하나 더 늘었다. 소외된 독립영화 수집이다. 최근 극장들은 코로나19 후유증을 털어내고자 모객이 안전한 상업영화의 편성 비중을 대폭 높인다. 미래 먹거리로 일부 상영관을 폐쇄해 공간사업도 벌인다. 독립영화가 설 자리는 자연스레 좁아졌다. 겨우 스크린을 확보해도 좌석 판매율이 낮으면 2주차 상영을 기약할 수 없다. VOD 수익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중이 OTT 시청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수집과 보존]②영상 문화유산 발목 잡는 법·제도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 원장이 17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열악한 환경으로 적잖은 독립영화는 창고에서 사장된다. 개봉 불발에 따라 '영화'로 인정받지도 못한다. 영상자료원은 법·제도의 맹점을 '기획 수집'을 보완한다. 영화제 등을 통해 소개된 의미 있는 작품들을 자체적으로 선별해 모은다. 김 원장은 "산업 논리에서 밀리는 작품들을 포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OTT와 비슷한 형태의 독립영화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서 고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과거의 많은 콘텐츠가 실체도 없이 이름만 존재한다. 방송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예다. 수집·관리하는 공공기관이 없어 방송사 아카이브에만 기대고 있다. 김 원장은 "대부분 비디오 시대를 거치면서 폐기되거나 재활용돼 거의 남아 있지 않다"며 "시청자가 녹화한 테이프 등이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초에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들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수집 체계를 새로이 편제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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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은 당연히 법·제도 개정이다. 영화에 대한 개념부터 현실적으로 바꿔야 한다. 영상자료원의 인력 충원도 불가피하다. 현재 인력은 영화 아카이브에 적당한 수준이다. 김 원장은 "보존·복원 시설과 기술은 충분하다. 취임 전 예상보다 훨씬 전문적이고 분업화됐다"면서 "K-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진 만큼 이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는 단순한 영상 자료가 아니다. 대대손손 길이길이 보존되어야 할 영상 문화유산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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