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전북 남원시의 선원사에 보관된 불화에서 일제강점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태극기가 발견됐다고 대한불교조계종이 21일 발혔다. 불화에서 태극기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전문가는 항일운동의 일환으로 해석했다.
불화 속 태극기는 선원사 명부전에 있는 ‘지장시왕도’에서 발견됐다. 그림 속 한 캐릭터의 관모에 사다리꼴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지난 10월 선운사 주지 운문스님이 기도 중에 발견했는데, 가로 8.3㎝, 세로 4cm로 크기가 작아 그간 눈에 띄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작 시기는 일제강점기로 추정된다. 김창균 조계종 성보보존위원회 위원은 불화 밑에 적힌 ‘다이쇼(大正) 6년’(1917년)이라 적힌 설명을 근거로 그림 제작이 1917년 11월5일 시작돼 같은 달 17일 완성됐다고 밝혔다. 또한 당시 주지인 기선스님이 진응스님의 증명을 받아 불화를 제작했다고 했는데, 진응스님은 독립운동가 한용운과 교류하며 반일적 태도를 취한 것으로 알려진다.
태극기를 오래 연구한 송명호 전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전문위원은 “불화에서 태극기 그림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항일운동 일환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태극기를 그려 넣어 독립을 염원했다는 것인데, 실제로 일제는 1912년부터 태극기 게양을 금지한 바 있다.
태극기가 그려진 캐릭터는 변성대왕으로 추정된다. 변성대왕은 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한 이가 똑같은 고통을 겪는 도산지옥을 관장하는 존재이다. 이와 관련해 송 전 위원은 ‘일제가 도산지옥에서 심판과 고통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진응스님의 의식이 투영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선원사는 해당 불화의 근대문화재 등록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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