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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단 한 줄도 맞는 말이 없었던 챗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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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에게 "적기조례를 설명해줘"라고 물었다. 답변을 마치기까지 약 10여초. 그렇게 다양한 정보가 담긴 문장을 막힘없이 스르르 뱉어내는 능력에 감탄했다.


"대한민국에서 시행되는 법령 중 하나로, 정부가 비상시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발령할 수 있는 법령입니다. 적기조례가 발령되면, 시·군·구청장은 재난 위기에 대비하여 위급한 조치를 취하거나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적기조례는 대개 천재지변, 전염병, 테러 등과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발령됩니다. 이 법령은 국가 비상사태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답변을 읽고 이내 다시 한번 놀랐다. 당최 맞는 팩트가 하나도 없는 문장을, 이렇게 유려하게, 무책임하게 쏟아내다니.


적기조례(赤旗條例)는 영국에서 1865년에 만들어진 법이다. 한국의 시·군·구청장이 재난 위기에 대비해 명령을 내린 것이 아니라, 영국의 마부·마차업자·마차 제조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으로 공표됐다. 증기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고, 증기자동차는 운전사, 기관원, 붉은 깃발을 든 신호수 등 3명으로 운행토록 했다. 신호수는 차량의 앞에서 걸어 나가면서 마차나 말이 접근할 때 운전사에게 신호를 보내야 했다. 적기조례라는 명칭 자체도 신호수가 위험을 알리는 '붉은 깃발'에서 유래했다. 챗GPT가 늘어놓은 말 중에 맞는 말이라곤 단 한 줄도 없었던 셈이다.


이번엔 챗GPT에게 영어로 'Red Flag Act(적기조례)'가 무엇인지 물었다. 답변을 번역기로 돌려보자면 이렇다.


"붉은 깃발법은 1865년에 통과된 영국 법으로, 공공 도로를 달리는 모든 자가용 차량에는 3명으로 구성된 승무원이 동승하도록 규정했습니다. 한 명은 붉은 깃발을 들고 차량 앞에서 걸어가 다른 사람들에게 차량의 접근을 경고하고, 운전자와 다른 승무원은 차량을 운전해야 했습니다. 이 법은 말이 끄는 차량의 안전과 새로운 형태의 전동 차량으로 인한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에 대한 대응책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어색한 번역 투만 배제하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답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데이터'라고 입을 모은다. 답변을 구성하기 위한 소스의 범위에 따라 답변의 질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챗GPT는 영어 데이터베이스 기반이다. 디지털 세계의 정보량은 영어로 작성된 것이 타 언어 대비 압도적으로 많다. 즉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쌓아두었느냐가 결과값의 차이를 만들었다. 금괴를 차곡차곡 쌓듯, 더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모을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해나가야 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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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조례는 영국에서 태동한 자동차 산업의 헤게모니를 프랑스, 독일, 미국으로 넘겨주는 결과를 낳았다. AI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데이터와 데이터 규제를 바라보는 관점'은 한국이 영국이 되느냐, 또는 미국·독일이 되느냐를 결정 짓는다. 무작정 개인정보 규제를 완화하고 데이터 산업에 터무니없는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지양해야 하겠지만, 적어도 '제2의 적기조례'가 나와선 안 된다는 긴장감은 가져야 할 때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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