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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모금]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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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담배나 약물처럼 음식에도 중독될 수 있을까. 햄버거 오염 보도로 201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답한다.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간편식, 인공감미료, 인공 향료가 장악한 현대의 식단이 우리의 미각과 신진대사를 교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음식을 더욱 중독성 있게 만들고 있다. 저자는 가공식품 업계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오랜 세월 진화해 온 인간의 본능, 음식에 관한 기억과 정서, 법률과 정책상의 허점, 그리고 우리의 무관심을 어떻게 악용하는지 그 실상을 폭로한다. 기업 회의실부터 식품 공장, 법정, 의회, 실험실을 넘나들며 음식 중독의 생물학적, 사회적 원인을 밝혀낸다.

[책 한 모금]먹고 싶어서 먹는다는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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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중독될 수 있는 모든 물질 가운데 뇌를 자극하는 데 음식보다 빠른 것은 없다. 정확히 말하면 특정 종류의 음식이 그렇다. 가공식품이 거둔 경이로운 성공은 모든 면에서 드러나는 빠른 속도가 한몫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업계 전체가 빠른 속도를 근간으로 이루어졌으며 그런 특징은 제조 공장에서부터 나타난다. (…) 생산 시간을 줄여 비용을 절감하면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기에 결과적으로 가공식품은 더욱더 매력적이고 만족스러운 상품이 된다. 소비자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는 속도도 세심하게 계산된다. (…) 무엇보다 가공식품은 소비자 손에 들어오고 나서도 속도가 두드러진다. 가공식품은 빨리 개봉할 수 있고 전자레인지를 이용해 빨리 데울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입안에 들어가면 뇌도 빨리 자극한다. ---「2장 중독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중에서


연구에 따르면 설탕과 지방이 각각 따로 작용할 때보다 결합했을 때 뇌를 더 많이 자극한다. 그러나 자연에서 지방과 설탕이 결합된 음식은 찾기 힘들다. 심지어 모유도 평균적으로 지방은 3.5퍼센트, 설탕은 7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방과 설탕은 현대인의 식생활을 지배하는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인 가공식품 스낵은 지방이 24퍼센트, 설탕이 57퍼센트에 달한다. 가공식품 제조 업체들은 짭조름한 맛의 핫도그, 스파게티 소스, 빵, 냉동 치킨에도 설탕을 첨가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의 약 4분의 3에는 설탕 첨가물은 물론 소금도 엄청난 양이 들어 있는데 소금 역시 지방이 주는 자극을 더 강화한다. ---「3장 맛은 곧 기억이다」 중에서


연구자들은 다양성을 좋아하는 인간의 특성에서 식품 기업에 특히 유리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다양성을 좇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먹는다는 사실이었다. (…) “슈퍼마켓만 보더라도 식품 종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집에서든 식당에서든 음식 종류가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는 질릴 때까지 더 많은 양을 먹는 경향이 있습니다.”다양성을 좋아하는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판매량을 늘리려는 식품 기업들은 실제로 제품을 바꿀 필요도 없다. 연구에 따르면 음식을 먹는 동안 TV를 보거나 핸드폰을 사용하는 등 다른 일에 정신이 팔리면 음식에 집중할 때보다 더 많이 먹는다고 한다. 음식 대신 전자 기기처럼 눈을 뗄 수 없는 것에 집중하고 있으면 정신이 팔린 사이에 뇌가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을 잊는 것이다. 그러다 다시 음식에 집중하면 마치 음식이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고 새롭게 보인다. 그 결과 우리는 과식을 자제할 수 없게 된다. ---「5장 본능을 자극하라」 중에서



음식 중독 | 마이클 모스 지음 | 연아람 옮김 | 민음사 | 392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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