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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속 인물]오타쿠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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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중문화, 고급 문화보다 더 우수하다 생각
기괴한 표현 속에 사회 비판 메시지 담아
동일본 대지진 겪으며 작품 세계 변화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일본의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61)의 작품 전반을 조명하는 회고전 '무라카미 좀비'전이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2013년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린 전시 이후 10년 만의 한국 개인전이다. 전시장은 기괴한 모습을 한 캐릭터가 대형 캔버스를 꽉 채우고, 각종 요괴는 물론 썩은 살점이 뚝뚝 떨어져 나간 모습의 '무라카미 좀비' 조형물이 관람객들을 맞는다.


이번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의 네 번째 전시로 이우환(86) 화백이 나서 적극적으로 무라카미를 섭외했다. 초대받은 무라카미는 "일본 현대미술계에서 존경받는 이우환 선생의 전시 초대를 받아 영광이었다"며 말했다. 이 작가는 무라카미에게 보낸 전시 초대 편지를 통해 '무라카미 님의 작품은 얼른 보아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고 화려하지만, 다시 보면 독이 있고 강한 비판성이 감춰져 있어 지나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뉴스속 인물]오타쿠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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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오타쿠 예술가'로 칭하는 1962년생 무라카미는 전후 일본 애니메이션과 함께 성장했다. 10대에 '은하철도 999'와 '미래소년 코난'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86년 도쿄 예술대학에 입학해 일본화를 전공(학·석·박사)했다. 평소 일본의 대중문화가 고급문화보다 더 우수한 일본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해온 무라카미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고급문화와 하위문화(서브컬처)'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슈퍼 플랫'(Super flat) 개념을 제시했다. 2013년 개인전으로 한국을 찾은 그는 자신의 작풍에 대해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은 일본의 전통적인 회화 구도를 담고 있다. 에도시대의 미술이나 무로마치 막부시절의 작품을 통해 (서양미술과) 대비되는 부분들을 찾으려 했었다"고 설명했다.


1996년 회사 '히로폰 팩토리'를 설립한 무라카미는 2001년 사명을 '카이카이 키키'로 바꾸고, 많은 직원과의 협업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미술 관련 상품을 개발해왔다. 그는 본인 작품이 사회에 끼친 영향과 관련해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나 스스로는 미술의 문턱을 낮추는 데 공헌했다고 생각하지만, 일각에선 좋지 않은 풍토를 퍼뜨렸다고 말하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이런 미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할지 관객에게 그 판단을 맡긴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을 보면 처음에는 혼란스럽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 내면을 볼 수 있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예를 들어 귀여운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거나, 뒤죽박죽 섞여 어지러운 몸통을 가지고 있고, 각종 재난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감지하지 못한 채 눈을 감고 있는 개인 등 괴기하지만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는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을 주제로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 '미스터 도브(DOB·도라에몽과 슈퍼소닉 캐릭터의 조합)'의 탄생에서 시작해 인생사의 덧없음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의 변화를 조망한다.


[뉴스속 인물]오타쿠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 다카시가 26일 부산 해운대구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우환과 그 친구들 네 번째 시리즈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전 개막에 앞서 작품 욕망의 불꽃·골드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세계 미술계는 무라카미의 이 같은 작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의 모습을 하는 피겨는 200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70억원에 낙찰되고, 2021년 뉴욕 필립스 경매에선 2013년 작 대형 회화가 500만 달러에 판매됐을 정도다. 그는 2008년 타임지 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들기도 했다. 2002년에는 루이뷔통에 디자이너로 영입되면서 피겨 등 키덜트 상품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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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세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큰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무라카미는 전시 개막에 앞서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어릴 때 집안이 가난하고 힘들었다. 부모님을 따라 신흥종교에 빠졌다가 20대 초반에 탈퇴한 후 종교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고 개인사를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대지진 때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아이에게 '엄마가 별이 됐다'고 이웃 사람이 말해주는 장면을 방송으로 보며 종교가 시작되는 순간을 목격하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그는 "종교는 너무 고통스러운 사람에게 이야기를 제공해 패닉을 진정시킬 수 있다. 그때부터 이야기가 있는 예술로 뭔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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