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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우리는 Z세대를 오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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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도움 없이 주체적으로 온·오프라인 규범 찾고 정립

[장은수의 책으로 읽는 세계]우리는 Z세대를 오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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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때 처가 식구 전체가 함께 설악산을 여행했다. 호주로 이주한 처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귀국한 걸 기념해서다. 덕분에 지구 반대편에 따로 살아온 사촌들끼리 어울리는 걸 지켜볼 기회도 얻었다. 각자 휴대전화를 손에 든 아이들은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소통했다. 공동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단톡방을 만든 후, 대화 중에도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젖병보다 빨리 디지털 기기를 손에 들었다는 Z세대다웠다.


최근 Z세대가 사회 진출을 시작하면서 곳곳에서 오케이부머, 말이 통하지 않는 완고한 연장자들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산업 시대에 맞춰 짜인 의식과 사회가 디지털에 능숙한 이들과 충돌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에 드러났듯, 결국 사회 전체는 ‘Z화’하고 있다. 이들의 일상을 살피고 언어를 이해하며 신념과 행동양식을 파악하는 일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를 살피는 일이기도 하다.


로버타 카츠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 세라 오길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 등이 함께 쓴 ‘Gen Z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문학동네 펴냄)’에 따르면, 1995년 이후 태어난 Z세대는 인터넷 없는 세상을 모르는 최초의 세대다. 언어학, 인류학, 역사학 등의 방법을 동원해 저자들은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태어나 무한 정보에 접근하고 문화 상품을 즐기며 공간 제약 없이 소통하고 ‘컬래버(collabor·협업)’하면서 일하는 첫 세대를 탐구한다.


흔한 오해와 달리, Z세대는 놀랍게 주체적이다. 디지털 아담인 Z세대는 어른들의 별다른 도움 없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사는 방법과 규범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이 펼쳐낸 무한 가능성의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줄 어른이 없었기에 이들은 숱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온라인에서 통하는 사회적 행동 규칙과 대안 문화를 스스로 이룩했다.


Z세대는 어려서부터 휴대전화 문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 등 메신저 문화 속에서 살았기에 이들의 문자 예절과 규칙은 매우 섬세하다. 문장이나 축약어 뒤에 마침표를 찍는 것은 상대한테 화가 났음을 암시하고, 문자나 메시지에 곧장 답하지 않은 것은 반감의 증거다. Z세대는 글자를 활용해 기분을 표현하고 어조를 전달하는 법을 완벽히 체득하고, 이를 실천한다. 이를 배울 수 있어야 디지털 문자 소통의 세계에 온전히 입문할 수 있다.


Z세대는 협업에 능숙하다. 더불어 일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며 공동으로 행동에 나서는 건 이들의 삶에 뿌리 박혀 있다. 어릴 때부터 디지털 도구를 써서 공유 문서를 만들고 그룹 채팅에 참여하고 일정을 나누며 살아온 까닭이다. 이들은 함께 돈을 모아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돕고 싶은 사람을 응원하는 크라우드 방식에 익숙하고, 각자 전문성을 갖고 프로젝트 단위로 유연하게 일하는 조립형 조직과 대화형 업무 스타일을 더 선호한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에 익숙한 조직문화가 이들과 자주 충돌하는 것은 당연하다.


Z세대는 가족이나 사회에서 물려받은 정체성으로 살기보다 스스로 정체성을 구축하길 즐긴다. 이들은 ‘내가 누구인지’ 탐색하고, 불안, 우울, 무력감 등 자기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솔직히 보여준다. 젠더, 섹슈얼리티, 인종, 민족성 등 서로 맞물리고 교차하는 정체성 요소를 탐색하면서 이들은 게임 아바타를 설계하듯 자유롭고 정밀하게 자아를 창출하고, 진짜 자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인 팸(fam)을 찾아 소속 공동체를 미세하게 조정한다. ‘채식을 실천하고 독서를 좋아하는 컴퓨터 공학 전공 퀴어 무정부주의자’ 같은 식이다. 이러한 미립자 정체성을 촉발하는 건 디지털 자아를 최대한 완전무결하고 정확히 형성하려는 욕망 때문이다.


Z세대는 온라인 정체성을 진정성 있게 관리하는 데 무척 집착한다. 소속 공동체에 따라서 여러 가지 ‘부캐’를 키울 순 있으나, 그 공동체 각각 안에서는 진심을 다하며, 전체로서도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애쓴다. 어릴 때부터 숱하게 겪은 권력자나 인플루언서 등의 위선적 행태에 대한 환멸 탓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에서 다른 사람이 보는 자기 모습, 즉 공적 정체성을 완벽히 유지하는 데 정성을 쏟는다.


끝없는 감시와 전시 속에서 평생 살아야 하므로, Z세대는 취업 등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하거나 사회적 공격을 당할 만한 ‘흑역사’가 게시물로 남지 않도록 애쓴다. "엄마, 동의 없이 인스타에 제 사진 올리지 마세요." 2019년 귀네스 펠트로의 딸 애플은 이렇게 항의했다. Z세대에게 동의 없는 사진 게시는 정체성 침해이자 모독이다.


공정, 포용, 다양성은 Z세대의 핵심 가치다. 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규정할 수 있어야 하며 사회에서 공평한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Z세대는 기성세대가 당연시하는 특권과 차별을 심문하고, 강자의 베끼기나 훔치기를 용서하지 않으며, 혐오 발언과 폭력으로부터 소수자를 보호하는 데 열려 있다.


약속한 포용과 평등이 지켜지지 않고, 엄격한 윤리적 잣대에 들어맞지 않으면, Z세대는 짙은 환멸감과 함께 불매운동, 문자 항의, 온라인 공론화, 팔로잉 취소 등을 통해서 분노를 조직함으로써 신속하게 이를 저격한다. 사실, Z세대는 별로 개인주의적이지 않다. 기성 정당이나 사회운동 조직을 불신할 뿐이다. 너무나 위계적인 데다 과도한 불평등, 심각한 기후위기, 포퓰리즘의 부상 등 자기들이 망친 세상을 수습하는 데 무능하기 때문이다.


Z세대는 해야 할 일을 미루는 유약한 응석받이가 아니다. 그들은 윗세대에서 물려받은 망가진 세상을 책임지고 고쳐서 더 나은 세상을 이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낡은 정당에 들어가 환멸을 거듭하는 대신, 이들은 공유 문서로 의사를 조직하고 행동 강령과 시행 규칙을 정하며,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시위를 기획하고 저항과 투쟁에 나서는 등 협업 방식을 활용해서 더 평등하고 윤리적인 동시에 더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형태의 공동체를 탐색한다.


Z세대는 디지털 기술로 인해 변화할 사회에서 새로운 태도와 규범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될 존재다. 유동적이고, 유연하며, 훨씬 더 참여적인 사회 속에서 이들은 어떻게 일해야 하고, 무엇으로 가족을 구성하며,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준다. 이들의 삶을 엿보는 일은 곧 미래를 들여다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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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출판문화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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