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파운드리 확대 의지…"韓, 시스템 육성해야"

산업연구원 '미래전략산업 브리프' 발간
"韓 반도체 제조 역량 위한 대응 필요"

[아시아경제 김평화 기자] 일본과 미국이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우리나라 강점이던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새로운 경쟁 구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키워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파운드리 키우는 美·日…한자릿수 나노 목표

산업연구원은 최근 신산업 전망을 담은 '미래전략산업 브리프' 제28호를 발간했다. 산업연구원은 이번 최신호에서 올해 주목해야 할 신산업 이슈로 미국과 일본의 파운드리 분야 진출을 꼽았다.

일본은 첨단 공정뿐 아니라 성숙 공정까지 파운드리 전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나 장비 산업이 발달한 것과 달리 제조 분야는 취약했던 점을 극복하려는 시도다.

[이미지출처=산업연구원 미래전략산업 브리프]

일본 내 첨단 공정은 지난해 11월 등장한 '라피더스(Rapidus)'가 맡는다. 라피더스는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키옥시아 등 일본 8개사가 합심해 세운 법인이다.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차세대 로직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최첨단 파운드리를 일본에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더했다. 일본은 이에 700억엔의 보조금을 라피더스에 지원한다.

12~28㎚ 성숙 공정을 확대하는 과정에선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 투자를 이끌었다. TSMC는 일본 구마모토현에 1조1000억엔을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공장을 선보이는 데 드는 투자액의 절반 가량인 4760억엔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파운드리 산업을 키우려는 인텔 행보가 두드러진다. 반도체 설계를 주력하던 인텔은 2021년 파운드리를 핵심 사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혔다. 올해 3㎚ 공정에서, 내년 하반기부턴 2㎚ 공정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짓는 등 파운드리 생산 규모를 늘리기 위한 투자도 열심이다.

미국 정부는 현지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지원하는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도 내놨다. 일본처럼 자국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키우고자 여러 지원을 더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미국에서 파운드리 공장을 세울 때 행정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미지출처=산업연구원 미래전략산업 브리프]

"시스템 키워야…中 부상 예의주시 필요"

일본과 미국의 도전이 성공적일 경우 파운드리 시장의 경쟁 구도는 달라질 전망이다. 2025년에 접어들면 대만-한국-미국 중심의 경쟁이 나타날 수 있다. 2027년에는 일본까지 경쟁 구도를 더할 수 있다. 반도체 제조 분야에 강점이 있는 우리나라로선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대응하려면 우리나라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요가 늘어나는 산업 분야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을 육성하고 산학 협력으로 파운드리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반도체 분야 핵심 소부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력을 늘리는 일도 과제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긴밀하게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 TSMC가 59%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뒤로는 삼성전자(12%)와 대만 UMC(7%) 등이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