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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가스라이팅 피해자, 어쩌다 강제결혼까지 내몰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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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의지한 친한 언니, 가해자로 변해
성매매에 개명, 결혼, 이혼, 재혼까지
"가스라이팅, 지적 능력·장애와 관계없다"

[아시아경제 박현주 기자] 대구 가스라이팅 피해자의 사연은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의지했던 친한 언니의 돌변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성매매와 강제결혼, 이혼과 재혼, 개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피해자의 사연….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피해자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조현병을 앓는 등 질환이 있는 이가 아니었다.


전문가들도 뭔가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어서 그런 가스라이팅 피해자가 됐을 것이라는 생각은 '크나 큰 오해'라고 입을 모았다.


18일 피해자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A씨는 피해자로부터 신뢰받는 '친한 언니'였다. 2013년 가족과 떨어져 연고가 없는 대구에서 일을 시작한 피해자는 낯선 객지 생활이 버거웠고, A씨에게 점차 의지하게 됐다. 연인이나 배우자, 친구 등 사이에서 피해자와의 친밀함을 매개로 취약한 부분을 공략하는 가스라이팅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알고 지낸 기간은 10년가량이었지만 학대 피해는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최근 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낯선 곳에서 혼자 살며 오랜 기간 의지해왔던 친한 언니가 학대 가해자로 돌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피해자에게 이혼을 종용하며 거주지를 합친 것이 그 서막이었다.


결혼 후 피해자는 금전적 어려움을 토로했고, 이를 들은 A씨는 거주지를 합치자고 제안했다. 곤궁한 상황에 부닥쳐있던 피해자는 '같이 살자, 도와주겠다'는 A씨의 말을 수용했다. 이미 A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피해자는 그의 이혼 조언 역시 받아들여 이혼을 택했다. 몇 달 뒤엔 일면식도 없는 남성 B씨와 재혼했다.


대구 가스라이팅 피해자, 어쩌다 강제결혼까지 내몰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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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 남편도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는 인물은 아니었다. B씨는 A씨 부부의 친한 후배로, 도리어 피해자를 감시하는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범행에 동조한 공동정범이었던 셈이다.


재혼 후엔 개명까지 해야 했다. 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의 어려운 상황을 알기 어려웠던 이유다.


양지민 변호사는 18일 YTN '뉴스큐'에 출연해 "가해자 부부가 굉장히 계획적으로 피해자를 착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이 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결혼을 시키고 (피해자 남편에게) 감시 역할도 시킨다. 피해자 가족들은 수사기관에 실종신고를 할 때 이름, 사진 등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름이 아예 다른 사람이다 보니까 피해자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해자 부부의 착취는 낮밤 없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낮에는 A씨 부부 자녀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해야 했고, 밤에는 그들이 정한 할당 금액을 채우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어야 했다. 하루 80만~15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채워야 했다. 3년 동안 피해자는 2000여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했고, 이를 통해 가해자 부부가 갈취한 이익은 5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A씨 부부와 피해자의 남편 B씨는 17일 경찰에 입건됐다.


가스라이팅은 피해자가 가해자 꾐에 빠져든 스스로를 탓하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어떻게 3년간이나 피해를 당할 수 있냐. 피해자의 지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멋모를 지적은 가스라이팅 범죄 피해자들을 더 주눅 들게 만든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날 YTN '더뉴스'에서 "가해자는 심리적 지배를 위해 모든 불행한 상황을 피해자의 탓으로 돌린다. 처음에는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저항을 하지만 완전히 외부 세계와 단절됐을 때는 결국 그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자책하는 단계까지 간다"며 "일종의 세뇌처럼 '나는 매 맞는 게 당연하다', '내가 실수를 계속하고 있구나' 하고 자존감이 파괴되는 지경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피해자는 대학 졸업 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멀쩡히 사회생활을 해오던 사람이다. 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 피해를 당할 만한 조건'이란 것은 없으며 피해자의 지적 능력이나 사회생활 능력 등과 관계없이 가스라이팅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잇따르는 가스라이팅 범죄가 그저 '머나먼 남의 일'이 아닌 이유다. 일명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피해자 윤모씨 역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던 상태였고 정신질환이나 지적 장애가 없었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위원은 이날 YTN '뉴스라이더'에서 "사회생활을 아주 건전하게 했던 피해자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는 게) 이해가 안 되겠지만, 피해자 측 주장에 의하면 도망을 가면 다시 붙잡아 고문과 유사한 정도의 폭행과 협박을 했다"며 "(가스라이팅을 당했기 때문에) 피해자는 '내가 세상에 머리 둘 곳이 없다', '어디를 가더라도 잡힐 수밖에 없다', '폭행을 당하고 있지만 내가 유일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장소는 여기'라는 심리적 지배상태에 빠져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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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도 YTN '더뉴스'에서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심리적 지배, 다시 말해 판단 능력을 잃어버리고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라며 "합리적인 의사결정 능력이 완전히 부재한 상태로 가해자가 착취하는 대로 몸을 맡기거나 정신적으로 의존하는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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