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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어때]침묵은 금이지만, 좋은 말은 천냥 빚을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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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침묵은 금이라고 했다. 가만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지만, 말로 나서다가 실수하기 쉽다. 부처님이 말한 열 가지 죄 중 네 가지도 말로 짓는 죄다. 첫째로 거짓말, 둘째로 이간질과 험담, 셋째로 욕설과 거친 말, 넷째로 교묘하게 남을 속이는 말이다. 흔히 말을 엎질러진 물에 비유하는데, 실제로 한번 뱉은 말은 회수할 수 없다. 수습의 여지가 있지만, 소요 비용이 커 입을 다무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적지 않다.


하지만 말하기를 포기할 순 없다. 침묵은 금이지만, 제대로 꺼낸 말 한마디는 천냥 빚을 갚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에서 글쓰기 강연으로 유명한 저자가 이젠 말하는 법을 소개한다. 정보 전달 위주의 ‘강의’란 팔레트 위에 설득과 공감의 ‘강연’이란 물감을 가득 풀어냈다. 저자는 말이든 글이든 일단 듣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는 귀를 열지만,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 저자는 말하기 이전에 상대의 말을 요약하며, 의중을 헤아리고, 맞장구치는 와중에 할 말을 생각하라고 충고한다. 그런 연습이 선행되면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말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어때]침묵은 금이지만, 좋은 말은 천냥 빚을 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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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에 따르면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우선 계기가 필요하다. 저자의 경우 어릴 적 좋아하는 여학생 앞에서 생긴 말할 기회를 흘려보낸 것, 말을 아끼는 걸 ‘친화력 부족’으로 해석해버린 선생님의 생활기록부 기록 등이 계기가 됐다. 다음은 동기다. 계기로 말할 필요를 느꼈어도 행동할 내적 동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저자에게 동기는 영화 ‘킹스 스피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왕위에 오른 조지 6세가 말 더듬을 극복하고 독일을 향한 선전포고를 감동적으로 해낸 일화가 마음을 움직였다. 저마다의 동기를 찾아내는 것이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말로 무엇을 이루고, 얻어낼 것인가 하는 ‘목적’을 수립하고, 실패에 관한 두려움이나 과도한 욕심을 이겨낼 ‘자존감’을 세우고, 자주 말해볼 ‘기회’를 만들어, 결국 말하기를 즐기는 경지에 이르는 조언을 전한다.


저자는 말하기를 ‘묘사하기’에 빗댄다. 지식이든, 경험이든, 개념이든 결국은 말로 상대를 설득하거나 이해시키는 데 묘사가 주효한 방법이라는 것. 저자는 단순히 ‘화가 났다’보다 ‘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걷어차면서 길길이 날뛰었다’처럼 구체적으로 말해야 효과가 크다고 조언한다. 또한 눈에 보이듯, 귀에 들리듯, 손에 만져지듯 말하라고 충고한다. ‘피부가 곱다’보다는 ‘피부가 비단결처럼 잡티 없이 뽀얗고 솜털까지 투명하다’처럼.


단어의 미세한 차이를 고려한 적확한 사용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이를테면 ▲부분과 부문 ▲공통과 공동 ▲파장과 파문 ▲양성과 육성 ▲통지와 통보 ▲폐기와 파기 ▲곤혹과 곤욕 등의 유사어를 잘 사용하면 수준 높은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올바른 한국어 사용도 말하기 수준을 높인다. 일상용어에 배어든 일본어 잔재 사용을 피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이를테면 ‘기라성’ ‘장본인’ ‘일가견’과 같은 일본어에서 파생한 말은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좋은 하루 되세요’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하루가 될 수 없으니 ‘좋은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사용하는 것이 알맞다. 저자는 꼰대라고 욕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며 "말은 쫀쫀해야 한다. 대범함이 자랑일 수 없다. 작은 차이가 말의 품격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말하기는 자신과의 대화에도 도움이 된다. 일례로 저자는 고3 시절 공부할 때면 누군가가 뒤에서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어려움을 겪었다. 있지도 않은 사람의 시선이 신경 쓰였고, 애써 무시하자니 숨이 가빠져 공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은 ‘고3병’으로 치부했고, 병원 검사에서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마리는 정신신경과에서 찾았다. 알고 보니 학창 시절 남의 집에 더부살이할 때의 경험이 큰 상처가 됐던 것. 저자는 의사 앞에서 자신의 아들은 자고, 저자만 공부하고 있는 모습에 "왜 다 자는데 불을 켜놔, 전기세 나가게"라며 불을 껐던 야속한 아주머니를 떠올렸다. 늦었지만 상담실에서 "내가 사람으로 안 보여요? 왜 불을 끄는 거예요. 당신이 우리 엄마여도 그러겠어요?"라고 기함했고, 그 뒤로 강박이 사라졌다. 저자는 이를 ‘배설효과’로 지칭하며 "부정적 감정은 언제든 벗어날 준비가 돼 있다. 말하는 것이 그 빌미가 된다"고 설명한다.


상대에 따른 다른 말하기 접근은 세대 차이를 줄이기도 한다. 저자는 어른 세대의 경우 ‘공감’, 젊은 세대의 경우 ‘솔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어른 세대와 말할 때는 ‘아~’ ‘와~’ 등의 감탄사를 잘 사용(영혼 없는 맞장구 주의)하고, ‘아드님이요?’ ‘그렇게 높은 자리에?’처럼 상대 말을 반복해서 되묻는 관심 표현만으로도 훌륭한 대화가 가능하다. 반면 젊은 세대는 실리와 공정성을 중시하기에, 어렵고 복잡하기보다는 단도직입적 말하기를 즐긴다. 또한 질문은 간섭이나 참견으로 느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말하는 법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해받기를 원하는 마음은 매한가지다. 저자는 "허심탄회하게 대화해야 한다. 이는 솔직하게 말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해관계를 잠시 내려놓고 상대 얘기를 들으며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갈등을 풀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정서적으로 공감하고 서로 배려하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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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 | 강원국 지음 | 더클 | 260쪽 | 1만7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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