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지역 시세를 견인하는 이른바 ‘대장 아파트’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리인상·경기 위축으로 주택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데다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찾으려는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도 줄어들면서 가격이 수억원 떨어진 거래가 늘고 있어서다.
25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12월 ‘KB선도아파트50’ 지수는 전달 대비 2.58% 하락했다. 이는 전달(-3.14%)에 이어 해당 지수 집계를 시작한 2008년 12월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0.24%를 기록하며 하락 전환한 이후 올 하반기에만 9.55% 떨어졌다. 특히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43%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대장주 아파트의 하락폭이 두 배가량 더 큰 셈이다.
KB선도아파트 지수는 전국 아파트단지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나타낸 지수다. 가격변동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보여주고 있어 주택시장을 한발 앞서 내다보는 선행지표로 주로 활용된다. 잠실주공5단지, 아크로리버파크, 은마아파트 등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지수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누적 기준 1.81% 상승하며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수요자들이 강남권 일대 아파트도 외면하면서 매매거래가 줄고 가격 하락이 이어지며 선도지수도 하락세가 짙어졌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송파구의 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은 지난 5월 셋째 주부터 31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7.83% 떨어졌다. 강남구의 경우 25주 연속 하락하며 4.25% 하락했고, 서초구(19주 연속, -2.58%), 강동구(28주 연속, -6.29%)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실제로 하락 거래는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9㎡(전용면적)는 지난달 22일 16억6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지난 1월 최고가(23억7000만원)보다 가격이 7억1000만원 내렸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84.9㎡는 지난달 28일 17억9000만원에 매매되며 반년 전 최고가(23억원)보다 5억1000만원 값이 내렸다.
역전세난 우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년 전보다 전세 시세가 더 내려가면서 집주인이 떨어진 전세 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어려워지자 아예 매매가격을 시세보다 낮춰 급매로 내놓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1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초구(-1.04%), 강남구(-1.07%) 등 강남권 일대도 -1%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며 전세가격도 크게 하락하는 모습이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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