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용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가격이 피크 아웃(고점 후 하락 국면) 기조를 보이면서 새해 조선업체들이 턴어라운드(흑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철강,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23일 최근 주요 철강·조선사는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상반기 t당 120만원이었던 후판 가격을 하반기 10만원 낮아진 110만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철강사와 조선사들은 반기마다 공급가격을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 후판 가격은 지난해부터 3반기 연속 상승했다. 후판의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과 원료탄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2020년 6월 t당 120달러대였던 철광석 가격은 지난해 5월 220달러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 가격을 찍었다. 100달러대였던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올해 3월 250달러 수준까지 올랐다.
그 결과 후판가가 1년 6개월 만에 거의 2배 올랐다. 지난해 상반기 후판 가격은 직전 연도보다 10만원 오른 t당 70만원 수준이었다. 같은해 하반기 40만원이 추가로 인상돼 110만원대로 뛰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10만원 더 올라 120만원 선까지 상승했다.
선박 건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하락 국면을 보이면서 조선사들의 원가 부담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조선사의 후판 사용량은 430만t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t당 10만 원 인하로 국내 조선사들은 연간 4000억 원 이상 생산원가가 줄어들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선의 경우에는 2만6000t의 후판이 들어가 26억원 정도 절감이 가능하다.
철광석 가격과 연료탄 가격이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내년 후판가 협상도 조선사들에는 긍정적인 분위기다. 올해 조선 3사는 수주 호황 속에서도 여전히 실적면에서는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 장기화와 원자재값 인플레이션이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해 증권가는 조선 3사가 올해도 수천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사들은 2008년 이후 14년만에 최대 수주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2020년 하반기부터 계속된 LNG(액화천연가스)선 수주 물량이 내년부터 본격 인도를 시작하면서 건조 대금을 받는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모두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미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내년 상반기 후판 협상 결과에 따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실적 반등 시점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3분기 447억원, 삼성중공업은 2분기 81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봤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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