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내년 곡물 가격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교란, 이상기후 등의 악재가 다소 걷히면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추이,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변화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산재한다는 점에서 곡물별 가격 추이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내년 3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63% 하락한 부셸당 7.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3월7일 12.94달러까지 급등했던 밀 가격은 전쟁 전인 올 연초 수준까지 회복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각각 6.52달러, 14.84달러로 연초 수준까지 돌아왔다.
전쟁으로 중단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을 열어준 ‘흑해 곡물 수출협정(Black Sea Grain Initiative)’ 연장으로 공급 차질 우려가 완화되면서 당분간 곡물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농업데이터 기업인 그로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옥수수·보리·해바라기씨유의 세계 3대 수출국 중 하나다. 러시아는 지난 7월 유엔과 튀르키예(터키)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곡물 수출을 재개하기로 한데, 이어 지난달 만료 기한을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다만 기한이 만료되는 내년 3월 재연장 여부는 불안 요소다. 러시아가 곡물 비료 수출을 막고 있는 서방의 제재를 풀 것을 협상의 지렛대로 삼고 있어 일각에서는 불확실성이 연장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밀과 옥수수 가격은 러시아의 흑해 곡물 협정 이행 중단과 탈퇴 위협 속 급등락 흐름을 보여왔다. 메간헤스케스 영국 농업·원예개발위원회(AHDB) 수석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공급이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다만 올 3월부터 나타났던 가파른 급등세는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두의 경우 증산 영향으로 전망이 낙관적이다. S&P 글로벌은 브라질이 대두 재배면적 확장으로 내년 기록적인 대두 수확량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총생산량은 1억5200만톤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봤다. 브라질과 함께 전 세계 대두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미국도 내년 대두 수확량이 1억1830톤으로 5년 평균 생산량(1억1840톤)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시장에서는 대두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이 가격을 끌어내리는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 농업 컨설팅 기업인 아그후랄의 시장 분석가인 다니엘 시케이라는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미국의 대두 판매량이 급증세로 돌아섰다"면서 "중국 수요가 시장 예상보다 큰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밀과 옥수수는 작황 상황이 좋지 않아 내년 총생산량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제곡물위원회(IGC)는 내년 세계 총 곡물 생산량 전망치를 3300만톤 하향 조정했다. IGC는 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여파로 생산, 물류가 원활하지 않은데다 아르헨티나와 호주 동부 지역에서 가뭄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공급 확대 기대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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