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정상회담 후에도 갈등 심화
무역·기술 뿐 아니라 군사 영역으로 확대
中, 美 WTO 제소하며 노골적 불만 터트려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과 갈등 심화는 내년 글로벌 기업들의 최대 지정학적 리스크다. 무역·기술 분야뿐 아니라 대만해협을 둘러싼 군사 영역으로까지 갈등 범위가 확대되며 양국 관계의 긴장감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2023 경제전망 - 국제'
지난 12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반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해결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이 안보 개념을 임의로 확대해 수출 규제를 남용하고, 정상적인 국제무역을 저해하며 세계 공급망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이 협의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지배적인데다가 반도체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도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양국은 우호국과의 이합집산을 통해 갈등의 파장을 키우는 모습이다.
미국을 향한 중국의 반발은 보다 노골적이고 거칠어지는 추세다. 같은 날 한중외교장관 화상 회담에서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박진 외교부 장관을 만나 미국의 ‘반도체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이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정당한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 부장은 또 "미국은 글로벌 룰의 건설자가 아닌 파괴자"라며 "각국이 나서 세계화에 역행하는 사고와 패권 행태에 맞서 다자주의를 수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자 외교 회담에서 특정 국가를 직접 언급하며 비판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양국 간 관계 악화는 외교·정치·경제 분야뿐 아니라 국민 정서에서도 더욱 두드러진다. 워싱턴 퓨 리서치센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진 미국인은 조사 대상의 82%로 전년 대비 6%포인트 뛰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호의적인 견해를 가진 경우는 16%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응답자의 62%는 중국을 경쟁자로, 25%는 적으로 간주했다.
중국 교육부의 후원을 받는 중국어 보급기관인 ‘공자학원’에 대한 배척도 미국 내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반중국 정서와 정치적 공격의 여파로 2017년 103개에 달했던 미국의 공자학원 수는 지난 4월 기준 18개로 급감했다. 2020년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도로 미국과 중국, 홍콩 간 교류가 중단되며 양국 간 공동연구와 교육 교류도 끊긴 상태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중국의 방역 조치는 민간 교류도 단절시키는 계기가 됐다.
국제정치 전문매체인 더 디플로마는 "교류 기회가 감소하면서 중국에 대한 연구 역량이 위험에 처해있으며, 반중국 또는 반아시아 정서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양국 정부는 민간 교류와 인적 소통·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콧 케네디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분석가는 "양국 정부와 사회가 직접적인 대명 의사소통을 확대해 전략적 경쟁을 책임감 있게 추구해야 한다"고 이 매체에 강조했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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