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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하우스]⑤"경제는 정치…경제 논리만으론 해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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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발 금융위기, 진짜 오나

편집자주본지 경제·금융 싱크탱크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가 출범했다. 지난 1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을 주제로 곽영권 메리츠증권 전무,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박재하 전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 임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원장,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가나다순)이 심층 토론을 벌였다. 참석자들은 “현 경기 침체 상황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수준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봐야 하는지는 의견이 갈렸다.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쪽과 정부 개입이 되레 시장의 자연적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다는 반론이 팽팽했다. 당장의 시장 불안보다는 2023년 이후 심화할 양극화와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비가 더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는 참석자 명단은 공개하되 각 발언자의 발언은 익명 처리하는 '채텀하우스 룰'을 따른다. 토론 전문은 여러 편에 나눠 싣는다.

[채텀하우스]⑤"경제는 정치…경제 논리만으론 해결 안돼" 지난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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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이정재 아시아경제 미디어스쿨 원장 겸 논설고문


(참고)

PF발 금융위기, 진짜 오나

"밑빠진 독 한전이 블랙홀, 전기료 올려야"

"내년 경기 V자보다 L자…최악 막는 게 최선"

'영끌족' 구제 해야하나…정부 개입 "맞다 vs 아니다"서 계속


"정치가 경제 좌우하는 시대, 리더십의 문제"
"정부, 명확한 메시지 관리 중요"

<토론자 B> 10년 전쯤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경기적인 대응과 구조적인 대응은 구분을 해야 한다. 가급적 경기적인 면에 너무 과민하게 대응하다가 오히려 구조적인 문제를 놓칠 수 있다. 그러니 기업 쓰러지고 가계에 어려움이 생겨도 어느 정도 용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라고. 그런데 지난 10년 한국 정치 상황을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 경제 전문가라는 분들이 너무 정치적인 요인을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딴 나라 일, 딴 나라 사람들 일이야, 우리는 합리적인 얘기만 하면 돼." 그런데 과연 그랬냐 이겁니다. 지난 10년을 보면 오히려 정치가 모든 것을 좌우하고 그 결과, 새로운 경제 문제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치를 빼놓고 경제 정책을 한다는 것은 큰 것을 놓치는 거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PF 위기도 그런 시각으로 봐야 합니다. 몇 개 부실기업 죽이고 가면 되지 않느냐 그러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두 살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메시지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정부처럼 "정부가 다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는 내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이제부터 부실은 원인 제공자가 책임지라"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어렵습니다. 대신 "이 문제는 이래서 어렵습니다. 그러니 국민이 동참해서 해결해야 합니다. 정부가 앞장 설 테니 도와주십시오" 이런 메시지를 강하게 내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나중에 구조적인 문제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 관련해서 지난 정부 때 영끌해 집을 산 젊은 세대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주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냈다가는 큰일 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할 일은 부동산 거래를 정상화하는 정도입니다. 지금 같은 거래 절벽은 집값 급락을 부를 수 있습니다. 가능한 속도를 늦춰 연착륙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인플레만큼 집값이 안 올라가서 실질 가치가 떨어지는 방식이 최선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거래가 정상화돼야 합니다. 정부 정책도 그런 흐름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토론자 A>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어젠다 2010'을 발표했을 때가 2003년입니다. 그때 독일 경제가 굉장히 심각했어요. '유럽의 병자'로 불렸습니다. 거시 경제가 좋아서 개혁한 게 아니고 안 좋아서 한 겁니다. 슈뢰더가 "더 이상 독일은 지속할 수가 없다"고 판단한 거죠.

저는 지금 우리도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도 젊은이들 문제도 이대로는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경기가 어려우니 정부가 구조적인 개혁의 결단을 내릴 수 없다? 저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나 경제보다는 정치적 리더십의 문제라고 봅니다. 한국 경제가 지속할 수 없다면 정치적 결단을 통해 구조적 개혁에 착수하는 게 맞고, 또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리더십의 의지이지, 경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토론자 B> 지금은 그렇게 합리적인 얘기만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닙니다. 슈뢰더는 개혁 후 실각했습니다. 그런 문제를 감안해서 정책을 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거지요.

<토론자 A> 슈뢰더 자서전에 그 얘기가 나와요. 개혁 어젠다 발표 후 자신의 지지층이었던 노조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습니다. 어디 나가면 노조가 하도 계란을 던져서 거리를 나설 수가 없었답니다. 결국 2004년 9월 선거에서 패배하는데, 그때도 슈뢰더는 "독일을 이렇게 끌어갈 수 없다는 진정성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봤다"고 했습니다. 정권을 잃을 위험이 있지만 말입니다.

<토론자 C> 그런데 그때 슈뢰더가 정책을 잘해서 독일이 회복된 것도 사실은 아니잖습니까. EU(유럽연합)가 통합되면서 모든 문제를 다른 유럽국가에 떠넘긴 덕분이 컸죠.

<토론자 A> 그러니까 결국 메르켈은 굉장히 운이 좋았던 거죠. 불편한 진실은 슈뢰더가 다 까놨고, 거기다 러시아하고 에너지 문제도 잘 해결이 되고 그랬으니까.


<토론자 C> 현재 부동산 거래 절벽은 근본적으로 사람들의 가격 하락 기대가 형성돼 있어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다 대고 정부가 나서서 "가격이 더 급락하지는 않는다" 그런 얘기는 할 수 없지 않나요?

<토론자 B> 그래도 정부는 그런 메시지를 내야 합니다, 가격 급락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는 뭐든지 하겠다, 이런 메시지를 포함해서요.


[채텀하우스]⑤"경제는 정치…경제 논리만으론 해결 안돼" 지난 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경제 채텀하우스 'PF발 위기 오나|한국 금융 심층 진단'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경기 대응 미루면 구조 대응도 못해"
"시중 위기론은 너무 과장"

<토론자 A> 윤증현 전 경제부총리가 즐겨 쓰는 말 중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이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 우리가 논의한 구조적인 문제냐 경기 문제냐에서 구조적인 문제는 산에 해당하는 거고 경기 문제는 사슴에 해당하는 건데 그렇다고 사슴을 안 쫓을 수도 없고…. 참 어려운 선택의 문제입니다. 저는 지난 정부가 경제를 잘못해 이렇게 어렵게 만든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합니다. 하나는 정치 우위로 경제를 끌어왔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산은 안 보고 사슴만 쫓아서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놨다는 겁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가 했던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정말 대한민국은 거덜 난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 정부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는 거. 그것이 가장 큰 위험입니다.


<토론자 C> 정책의 잣대를 맨 밑바닥에 있는 기업을 돕는데 맞춰서는 안 됩니다. 일본이 본보기입니다. 일본 좀 보세요. 전 세계가 금리를 쑥쑥 올리고 있는데 일본은 단 0.5%도 올릴 수가 없는 거 아니에요.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는데 재정 문제가 제일 크죠. 거기에 너무 좀비 기업들이 많아서 금리를 올리면 도산하는 기업이 쏟아진다는 겁니다. 그런 면에서 항상 우리 경제도 건전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가야 한다, 살 수 없는 기업을 많이 끌고 가면 나중에 그게 재정과 정책의 큰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토론자 A> 일본은 기업이 사회보장 시스템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런 면이 있습니다.


<토론자 C> 아무튼 지금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정부가 파악하고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지금 굉장히 중요한 때다. 그래서 2023년이 중요하다는 것에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토론자 A> 지금 시중 위기론은 너무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유튜브를 보면 경제학자 10명 중 6명이 위기가 온다고 하는데, 저는 그걸 보고 경제 정보의 전달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증권 투자 유튜브 붐이 일면서 그렇게 된 이유도 있겠지요. 어쨌든 내년 12월 1일에 이 자리에 우리가 다시 모였다고 하면, 저는 지금보다 모두 훨씬 낙관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년 우리 참 잘 지내왔다" 이렇게 얘기할 겁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2023년을 얘기하는 것보다는 2024년을 얘기하는 게 훨씬 낙관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토론자 C> 그 사이에 정부가 정책을 잘 펴겠죠. 내년 1년 동안.

<토론자 A> 그건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너무 위기 얘기를 하는 것은 일종의 위기의 트라우마로 경계해야 할 겁니다.


<토론자 B> 저도 그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23년은 다른 면에서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미국도 인플레이션을 6% 이상으로 용인하는 수순을 밟지 않을까 생각을 합니다. 그 얘기는 금리 인상 속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인하까지도 내년 하반기는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세계 각국이 실질 부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2% 포인트 늘었을 때 실질 부채가 일본은 약 20%포인트 줄어듭니다. 미국도 7~8%포인트 정도 줄어요. 코로나 대응으로 풀었던 재정을 그만큼 회수 가능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거보다는 적겠죠. 그래도 가계부채 문제는 해결이 조금 더 쉬워집니다. 굳이 세율을 올리지 않더라도 세수가 늘어나고 실질 부채가 줄어들 테니까요.

인플레가 가져오는 자연 증세를 통해서 재정 문제의 해결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구조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 역량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그래서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의 경기적인 대응은 삼가야 한다는 시각은 너무 안이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토론자 C> 미국에 금리를 올리면서 겪고 있는 딜레마도 그겁니다. 금리는 올리는데 실업은 안 줄고 기업이 망하지 않아요. 통화 정책에 반응을 안 하는 거예요. 팬데믹 시절에 정부 지원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서 가계가 정부에서 받은 그 돈이 어마어마하게 되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지금의 금리 인상에 큰 쇼크를 안 받고 있는 겁니다. 우리와는 크게 다릅니다. 우리 정부가 가계 부문에 지원한 거는 미국에 비하면 아주 작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인상도 그런 면을 감안해야 합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하는데 우리는 빅 스텝만 하느냐 또는 25bp만 올리느냐 하는 비판이 많은데, 미국처럼 자이언트 스텝을 하면 미국 가계나 경제가 당하는 것보다는 우리 가계나 경제에 임팩트가 훨씬 클 거예요. 그런 면에서 좀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끝)




정리=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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