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4’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 신사업 강화 목적
대표이사 교체 및 조직 확대
본격 투자 위한 몸 만들기 돌입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에 조(兆) 단위 투자를 추진 중이다. 포티투닷을 4500억원가량에 인수한 데 이어 추가 투자를 단행한다. 레벨4 자율주행 요소기술 개발, 로보택시 및 로보셔틀 도심 실증사업 등 신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투자 외 조직 변화도 주목된다. 기아 소속 모빌리티연구소장인 차두원 상무는 지난 1일 포티투닷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내부에서는 차 상무가 차기 대표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송창현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글로벌전략오피스(GSO)’로 이동해 차량 소프트웨어(SW)에 집중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SW센터 구축의 일환으로 포티투닷을 계열사로 품었다. 현대차는 포티투닷 주식 212만9160주를 2746억6200만원에 취득해 지분율 55.9%를, 기아차는118만6106주를 1530억800만원에 매입해 37.3%의 지분을 확보했다. 양사 통합 지분율은 93.2%에 달한다. 남은 지분 6.8%는 송 대표와 전략적 투자자(SI)가 보유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포티투닷 인수는 올해 재계와 스타트업계를 놀라게 한 대표적인 인수합병(M&A) 거래로 꼽힌다. 투자 당시 책정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5700억원 수준이다. 이번에 추가로 조 단위 투자를 계획하는 만큼 밸류에이션 규모 역시 수조 원으로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소프트웨어 무선업데이트(OTA) 방식으로 리콜 문제를 해결하는 등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현대차 역시 포티투닷에 힘을 실어 소프트웨어 역량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 글로벌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태”라며 “이 때문에 대규모 투자로 승부를 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티투닷은 현재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 중이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못 할 때도 자동차가 스스로 내외부 상황을 인지해 대처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2023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라이다(Lidar) 센서라는 장치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2019년 설립된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교통시스템(aTaaS)’ 스타트업이다. aTaaS(autonomous Transportation-as-a-Service)란 모든 움직이는 이동 수단들에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되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 최고기술책임자(CTO)와 네이버랩스 대표를 지낸 송 대표가 창업했다. 출범 초기부터 현대차그룹과 협력을 확대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 인수 후 통합관리(PMI)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사업부, TaaS본부, 인공지능 기술 전담 조직 에어스컴퍼니 등을 포티투닷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존 현대차그룹 조직을 포티투닷에 넘겨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키우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그동안 스타트업으로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포티투닷에 투자한 주요 재무적 투자자(FI)는 IMM인베스트먼트, 다올인베스트먼트(구 KTB네트워크), 스틱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등이다. 대부분 투자한 지 1년 만에 조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다만 투자 원금 대비 1.3배~2배 수준으로 비교적 아쉬운 엑시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는 평가다.
이광호 기자 kh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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