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건강]고혈압·고지혈증, 젊을 때부터 조심하세요

스트레스 늘며 2030 건강도 위험
고혈압·고지혈증·빈혈·우울증·피로 신경써야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건강에 별 이상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젊은 층의 건강에도 최근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취업과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가운데 불규칙한 식습관, 잦은 음주 등으로 인해 '성인병'으로 여겨지던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가 젊은 층에서도 증가하는 등 2030의 건강 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음을 핑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특히 고혈압, 고지혈증, 빈혈, 우울증, 피로 등 5개 질환은 20~30대부터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 건강 문제"라고 경고했다.

고혈압은 혈압이 정상 혈압보다 높아질 때 진단된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 120㎜Hg, 이완기 80㎜Hg 미만이지만 만약 수축기 140㎜Hg, 이완기 90㎜Hg를 넘어서면 고혈압으로 판단된다. 정상혈압과 고혈압 사이는 경계혈압이라고 부른다. 고혈압은 심뇌혈관에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국내 2030 250만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수축기 130㎜Hg, 이완기 80㎜Hg 이상의 혈압을 가졌다면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이 20%가량 증가하고, 위험도 증가는 혈압이 높을수록 증가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은 혈압약 복용을 통해 조절하게 된다. 박 교수는 "간혹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평생 복용할 것을 우려하는 젊은 환자들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혈압을 정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 복용 외에도 짠 국물 먹지 않기, 적정 체중 유지, 운동, 절주 및 금연 등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서도 정상 혈압을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지혈증은 혈액검사에서 확인되는 총콜레스테롤, 중성 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HDL), 저밀도 콜레스테롤(HDL) 4가지 수치 중 하나라도 이상 소견이 나올 때 진단된다. 20~30대에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dL 이상일 때는 심혈관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면 위험도도 다시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

이상지질혈증은 남성보다 여성의 발생 빈도와 관련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박 교수는 "남성은 비교적 젊은 20대 중반부터 4년에 한 번씩 이상지질혈증 검사를 실시하기를 권한다"고 전했다. 여성은 40세 이상부터 국가건강검진에 이상지질혈증 검사가 포함된다.

빈혈 역시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된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여성은 12g/dL, 남성은 13g/dL 미만일 때 빈혈로 진단한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빈번해 2030 여성 10명 중 1명에게 빈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에게 가장 흔한 철 결핍성 빈혈은 철분제 복용만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 철분제를 2~3달 복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빈혈은 피로감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장기간 이어지면 심혈관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빈혈을 발견하면 철분제를 빠르게 복용해 정상 헤모글로빈 수치를 회복해야 한다.

우울증은 일반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정도의 우울·슬픔·절망이 지속되는 경우가 의심 증상이다. 하지만 이를 혼자 해결하려 노력하다 보면 더 힘들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특히 2020년 8월부터 국가건강검진에 우울증 선별검사가 도입되면서 조기 발견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울증 의심 증상이 있는 젊은 층의 경우 진학·취업에 혹시 모를 불이익을 걱정해 내원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실제로 많은 환자가 이를 걱정하면서 병원에 내원한다"면서도 "의료법상 정신건강 관련 진료기록은 본인의 동의 없이 열람이나 회람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사진=서울대병원 제공)

만성피로도 최근 이를 호소하는 청년들이 부쩍 늘고 있다. 병원에 내원 때는 먼저 피검사를 통해 빈혈, 간 기능 저하, 내분비 문제, 갑상샘 기능 저하 여부 등을 우선 확인한다. 간혹 결핵 감염이 의심되면 흉부 엑스레이를 실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 검사나 흉부 엑스레이에서도 정상 소견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때는 수면이나 정서의 문제를 검토한다. 모든 것이 정상이라면 ‘체력 저하’가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박 교수는 "청년들은 종종 체력에 비해 과도한 일이나 스트레스를 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자율신경 기능이 저하돼 기능성 위장장애나 어지러움, 손발 저림, 만성 피로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성피로에 약은 없다"며 "체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말 중요한 일을 위해 잠시 위임·포기할 일을 선택하는 식으로 우선순위를 재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일과 스트레스를 자신의 체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춘 다음 운동을 통해 서서히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통 3~6개월 정도 운동하면 체력을 높이고 자율신경계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