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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사망 후 재혼한 배우자 합장 불허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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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 사망 후 재혼한 배우자 합장 불허 합헌" 헌법재판소 대심판정./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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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국가유공자 등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뒤 재혼한 배우자를 합장 대상자에서 제외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한국전쟁 전사자 A씨의 자녀 민모씨가 재혼 배우자를 국립묘지에 합장하지 못하도록 한 국립묘지법 제5조 3항 1호 단서가 성별에 의한 차별이라는 등 이유로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대 4(헌법불합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했다가 1951년 6월 27일 전사해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A씨의 부인 B씨는 1962년 4월 6일 재혼한 뒤 2004년 12월 30일 사망했다.


민씨는 모친 B씨를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부친 A씨와 합장하기 위해 현충원장에게 합장을 신청했지만 B씨가 A씨의 사후에 재혼을 했기 때문에 합장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이후 민씨는 현충원장의 합장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낸 뒤 소송 계속 중 재혼한 배우자를 합장 대상에서 배제한 국립묘지법 조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국립묘지법 제5조(국립묘지별 안장 대상자) 1항은 '국립묘지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그에 해당하는 사람의 유골이나 시신을 안장한다. 다만, 유족이 국립묘지 안장을 원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 3항은 '1항에 따라 국립묘지에 안장된 사람의 배우자는 본인이나 유족의 희망에 따라 합장할 수 있으며, 배우자의 요건은 다음 각 호와 같다'고 정한 뒤 1호에서 '안장 대상자의 사망 당시의 배우자. 다만, 배우자가 사망한 후에 안장 대상자가 재혼한 경우에는 종전의 배우자도 포함하고,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후에 다른 사람과 혼인한 배우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뒤 재혼하지 않은 배우자는 합장 대상자에 포함되며, 안장 대상자보다 먼저 사망한 배우자의 경우 나중에 안장 대상자가 재혼하더라도 합장 대상자에 포함되지만 안장 대상자 사망 후 재혼한 배우자는 합장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먼저 심판대상과 관련 민씨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며 재혼한 배우자와 안장 대상자와의 혼인관계가 종료된 것은 혼인생활을 종료시킬 의사로 이혼한 것이 아니라 안장 대상자의 사망에 따른 것인데도 다른 사람과 재혼했다는 이유로 혼인생활로 인해 발생한 권리를 박탈함으로써 재혼을 제한하는 것은 국가의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보장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1항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이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가 재혼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 않은 이상 헌법 제36조 1항 위반 여부는 이번 사건에서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민씨는 현실적으로 지금까지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가 대부분 남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안장 대상자가 재혼한 경우에는 종전 배우자가 합장할 수 있도록 하면서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가 재혼한 경우에만 합장할 수 있는 권리를 부정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로 헌법 제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헌재는 "심판대상조항은 안장 대상자의 성별에 따라 그의 배우자에게 합장될 권리를 다르게 부여하고 있지 않다"며 남녀 차별에 의한 평등권 침해 문제를 심판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헌재는 문제의 조항이 안장 대상자의 사망 후 재혼한 배우자를 합장 대상자에서 제외함으로써 재혼한 배우자를 안장 대상자의 사망 후 재혼하지 않은 배우자나 배우자 사망 후 안장 대상자가 재혼한 경우 그의 종전 배우자와 달리 취급하는 것이 현저히 불합리한 차별로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가 이번 사건의 심판대상이라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국립묘지법이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에 대해 합장을 허용하는 취지는 안장 대상자의 유족을 예우함으로써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안장 대상자의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고자 하는 데에 있다"며 "국립묘지에 합장될 자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합장을 통한 안장 대상자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헌재는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후에 재혼하지 않은 배우자의 경우 안장 대상자의 사망으로 안장 대상자와의 혼인은 법적으로 해소되지만 배우자 본인의 사망 당시까지 새로운 혼인관계를 형성하지 아니한 채 안장 대상자의 친족과의 인척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로서의 실체를 유지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또한 배우자 사망 후 안장 대상자가 재혼한 경우 그의 종전 배우자는 본인의 사망 당시까지 안장 대상자와의 혼인관계를 유지했다"며 "반면 안장 대상자가 사망한 후에 재혼한 배우자는 새로운 혼인관계를 형성해 안장 대상자를 매개로 한 인척관계를 종료한 사람으로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로서의 실체를 지속했는지 여부에 있어서 안장 대상자의 사망 후 재혼하지 않은 배우자나 배우자 사망 후 안장 대상자가 재혼한 경우 그의 종전 배우자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또 헌재는 "국립묘지에 합장될 자격이 있는지는 사망 당시의 배우자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사회통념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다"라며 "재혼 배우자가 사망할 당시 그가 유지하던 혼인관계의 배우자가 아닌 그 전에 사별한 안장 대상자에게로 돌아가 합장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다른 사람과 새로운 혼인관계를 형성해 기존의 인척관계를 종료시키는 재혼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헌재는 "입법자가 안장 대상자의 사망 후 재혼한 배우자를 합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고, 현저히 자의적이라거나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4명의 재판관은 "1965년 국군묘지를 국립묘지로 승격하면서 안장 대상자 일부에 대해 배우자 합장을 허용하기 시작해 1970년 모든 안장 대상자를 대상으로 배우자 합장을 허용한 것은 안장 대상자뿐만 아니라 그 유족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을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가 안장 대상자를 직간접적으로 조력함으로써 이룬 기여는 안장 대상자 사망 후에 재혼을 한다고 해서 소급적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들 재판관은 "안장 대상자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공헌과 희생에 배우자의 기여가 있었다는 사실은 배우자의 재혼 이후에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국가가 이러한 배우자의 기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안장 대상자 사망 후에 재혼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립묘지의 합장 대상에서 일률적으로 제외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따라서 안장 대상자의 사망 후 배우자가 재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국립묘지 합장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재혼한 배우자를 불합리하게 차별한 것으로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들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원칙적으로 위헌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에서 재혼한 배우자의 합장을 허용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자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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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유로 4명의 재판관은 단순위헌 결정 대신 헌법불합치 결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법이 개정될 때까지 현행법의 계속 적용을 명할 경우 위헌 결정의 계기가 된 당해 사건에 위헌 선언의 효력이 미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법이 개정될 때까지 적용을 중지하고, 법이 개정되기를 기다려 신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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