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설계도·부품 이전…몇달 내 가동"
우크라 민간인·기간시설 타격 '전범무기'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용될 공격용 드론(무인기)을 본토에서 직접 생산하는 데 이란이 협조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이 러시아에 공급해온 이 자폭 드론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이나 전력망 등기간시설을 공습하는 데 사용돼 전쟁범죄 무기로 지탄받는다.
WP에 따르면 서방 안보 당국 관계자들은 러시아와 이란이 필요한 설계도와 핵심 부품을 이전해 수개월 안에 생산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러시아가 본토 공장에서 이란제 드론을 자체 군수품과 유사하게 개조한 적은 있지만, 이란이 설계한 드론을 처음부터 자체 생산한 적은 없었다.
합의의 세부 사항은 이달 이란에서 열린 회의에서 최종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는 방위산업 협상 관계자들 또한 참여했다고 복수 국가의 보안 당국 관계자들은 밝혔다. 합의 내용을 보고받은 한 당국자는 "의사결정부터 실행까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이란이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가 이란에 어떠한 대가를 제공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핵 관련 지원 요청이 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과거 이란에 정찰위성이나 원자력발전소 핵심 부품 등을 제공한 바 있다.
합의가 그대로 이행된다면 러시아와 이란 간 안보 동맹이 더욱 공고화할 전망이라고 당국자들은 전망했다. 러시아 입장에선 자체 생산라인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상당한 파괴력을 갖춘 무기를 비축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는 앞서 우크라이나의 점령지 탈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순항미사일과 자폭 드론을 이용한 우크라이나 기반시설 폭격에 집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는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이란제 드론 400여기를 투입했다고 각국 정보 당국은 추정했다.
이란의 경우 이번 합의를 통해 실질적인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전에서 중립 표방해온 이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한 드론이 이란제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다.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각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 이란 정부 등은 WP의 확인 요청에 답변하지 않았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WP에 "이란과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거짓말을 할 수는 있어도 이란이 무기 공급을 통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시민을 죽이는 것을 돕고 있다는 사실은 숨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이란의 무기 공급을 폭로하고, 막고, 맞서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를 통해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주요 안보 지원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유엔 사절단 측 대변인 마흐디 누리안은 이란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분쟁 전부터 국방, 과학, 연구 분야 협력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분쟁에 이란제 드론이 사용됐다는 주장에 대해 이란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문가 회의를 통해 검토할 것을 요청했다"며 "이 문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가 실제 생산공장을 가동하기 위한 전자 시스템과 광학 시스템을 조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과 러시아는 현재 국제사회 제재 속에 해외 핵심 기술 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발견된 이란제 드론에는 미국이나 독일, 중국제 엔진부품과 전자제품이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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