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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누군가의 피 위에 쓰인다’ … 사회를 바꾼 대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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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홀 참사로 패닉바 설치, 시카고극장 화재로 비상구 표시등 부착
일본 아카시 압사 사고 후 ‘혼잡사고 방지 매뉴얼’ 경찰에 배포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대구지하철 화재에도 한국 사회 안전불감증 여전

‘안전은 누군가의 피 위에 쓰인다’ … 사회를 바꾼 대참사들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손녀를 잃은 유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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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방제일 기자] 사건은 국가의 법과 제도에, 사고는 대중의 인식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이태원에서 일어난 압사 참사로 156명이 죽고 152명이 다쳤다. 이번 참사를 두고 일각에선 개인의 선택에 따른 최악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들은 정부의 예방·관리 미흡으로 일어난 인재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시각이 엇갈리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안전불감증을 갖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안전은 누군가의 피 위에 쓰인다'는 말처럼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실수와 실패를 반복하며 흘러왔다. 그 속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다. 사회 구조와 사람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꾼 대형 참사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실수와 실패 반복해온 인류의 역사

대표적인 게 1903년 12월 30일, 미국 시카고 이로쿼이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다. 이 화재 이전 시카고시는 이미 한 차례 대형 화재를 겪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쿼로이 극장은 화재로부터 안전하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빠른 대응으로 일찌감치 불길을 잡았다.


문제는 '문'이었다. 당시 이쿼로이 극장에는 27개의 비상구가 있었는데, 극장에 몰래 들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대부분 잠궈놨다. 밖에서 안으로 열리는 문의 구조도 문제였다. 불이 났을 때 탈출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특히 좁은 문틈으로 인파가 몰리면서 602명이 연기에 질식사했다.


이 참사 이후 시카고시는 비상구 표시등 부착을 의무화했고, 비상구는 반드시 열어놓도록 명문화했다. 나아가 비상구 문도 안에서 바깥으로 여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비상구 손잡이 또한 쉽게 열 수 있도록 변경했다.


현대 안전사고 예방에 큰 영향을 끼친 또 다른 참사로는 1883년 6월 16일, 영국 잉글랜드 선더랜드에서 일어난 빅토리아홀 참사를 꼽을 수 있다. 이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은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는 명목으로 연 마술 공연이 끝나고 사탕과 장난감을 나눠주는 행사에서 수많은 아이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순식간에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3층에서 2층으로,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던 아이들은 좁은 계단에 설치된 문에 끼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 사고로 3~14세 아이들 183명이 압사했다.


당시 영국 여왕이었던 빅토리아 1세는 자신의 이름을 딴 극장에서 이런 대참사가 일어났으니 국가에서 장례비와 보상비를 지급하고 안전대책을 만들라고 엄명을 내렸다. 빅토리아홀 사고 이후 영국에서는 대중시설에서 최소한의 비상구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만들어졌다. 가로로 된 잠금장치를 미는 것만으로도 비상구를 쉽게 여는 '패닉 바' 또한 이 사고를 계기로 발명됐다.


20세기 들어 가장 많은 인명이 사망한 사고는 1990년 7월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성지인 메카에서 일어났다. 무슬림 최대 명절인 ‘이드 알 아드하’ 기간에 메카로 가던 순례자들이 터널을 먼저 빠져 나가려다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1426명이 사망했다.


사고 이후에도 메카에서는 해마다 순례객이 몰리면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우디 정부는 안전을 위해 이 기간 동안 메카를 방문하는 인원 수를 제한하거나 순례 시간을 제한했다. 또 10만명에 가까운 안전 인력 배치하는 등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사원에 입장하려면 신분증과 GPS 칩이 내장된 전자팔찌 착용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과)는 "해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메카 지역은 수많은 압사 사고를 겪으면서 대책을 세웠지만, 한국사회는 이런 압사 사고에 대한 방어 태세를 전혀 갖추지 않았다"며 "한국 사회가 처음 겪는 대형 압사 사고인 만큼 재발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8년 정도 흘렀는데 그 사이 다시 안전불감증이 생겼고 긴장감도 떨어졌다"고 지적하며 "정부 또한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에 대한 대처를 강력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사회가 처음 겪은 대형 압사 참사

일본에서도 이태원 참사와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아카시 압사 사고다. 2001년 7월 21일 오후 8시 30분쯤, 일본 효고현 아카시해안가의 불꽃놀이 행사장과 인근 아사기리역을 잇는 보도교(인도교)에서 일어난 사고다. 길이 100m, 폭 6m의 위와 옆이 막힌 보도교에 60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리면서 어린이 9명을 포함해 총 11명이 숨지고 24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사고를 계기로 일본은 군중이 모이는 현장에 경비 체제를 대폭 강화했다. 사고 1년 후인 2002년 효고지방경찰청은 아카시 사고의 경험을 토대로 '혼잡사고 방지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경찰에 배포했다. 매뉴얼에는 ▲혼잡한 도로는 일방통행을 기본으로 할 것 ▲출구는 입구보다 넓게 설치할 것 ▲인파의 흐름은 되도록 직선으로 유도할 것 등 혼잡 사고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나아가 일본은 2005년 경비업법과 국가공안위원회 규칙을 개정해 경비업무검정시험에 '혼잡경비'라는 항목을 신설하기도 했다.


‘안전은 누군가의 피 위에 쓰인다’ … 사회를 바꾼 대참사들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사진=아시아경제DB

인명 피해가 컸던 대형 사고는 한국에서도 곧잘 일어났다. 특히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처음은 아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일어난 삼풍백화점 붕괴 역시 도심 한가운데서 일어난 대형 참사다. 종합상가 건물로 설계됐다가 백화점으로 용도 변경해 무리한 설계 변경과 구조 변경, 증축이 이어진 삼풍백화점은 붕괴 사고가 나기 수개월 전부터 균열 등 조짐을 보였다. 백화점은 응급조치로 대응하고 말았다. 결국 502명의 사망자와 실종자 6명, 부상자 937명이라는 대형 재난을 피하지 못했다.


대형 사고는 2000년대도 이어졌다. 2003년 대구 지하철 참사가 발생했으며, 2014년 4월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세월호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다쳤다. 같은 해 2월에는 경주 양남면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부산외대 학생 등 10명이 목숨을 잃고 204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각종 참사 이후 한국 사회도 구조적으로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정부는 모든 건물에 대한 안전평가를 실시했다. 많은 건축물의 구조보강 작업에 들어갔고, 응급구조 매뉴얼도 만들었다. 주요 도시를 거점으로 119 중앙구조대를 설치하는 등 소방 방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국회는 2004년 연재해법·재해구호법·재난관리법을 통합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제정했고, 소방방재청을 설치하기도 했다. 2006년에는 철도안전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다만 대형 참사 이후에 만든 안전조치와 후속 대책에도 참사는 여전히 일어나고 있다. 이들 참사는 발생 시기, 장소 등 구체적인 상황이 달랐지만 구조적 원인은 같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정부와 한국 사회가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일련의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일부 누리꾼은 과거 세월호 사례를 들며 "변한 게 없다"고 개탄하기도 한다.


안전에 대한 경각심 무뎌진 상태

그렇다고 정부만 비판할 일은 아니다. 현재 한국 사회는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무뎌진 상태다. 특히 주최측 없이 진행되는 자발적인 시위와 모임의 경우 항상 사고의 위험이 있는데도 경찰이 강력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곽금주 교수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임에 대한 강력한 통제에 반감을 가지는 이들도 많다"며 "사람들이 반감을 가지는 만큼 정부도 강력한 대응을 못한 것이기에 후속 대책을 논할 때 경찰 통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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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재발하는 이유에 대해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과) 또한 "지금껏 매번 참사가 발생하고 나면 언제나 재발 방지 이야기가 거론됐음에도 사고는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아직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설 교수는 "과거에도 한국 사회에는 수많은 재난이 있었지만, 여전히 대형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재발 방지책은 늘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적극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부 정책보다 현재 시급한 것은 시민들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며 그 이후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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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만 20만가구…일주일 벌이 2만~3만원 어쩔 수 없는 선택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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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여름에는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에요." 지난달 17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서 만난 82세 박꽃님 할머니(가명)의 소원이었다. 2022년 8월 집중 호우가 쏟아진 후였다. 박 할머니처럼 반지하 방에 살던 한 이웃이 침수 피해로 세상을 떠나자 "이런 죽음은 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후 2년이 지났지만 그의 반지하 방 창에는 물막이가 없다. 그를 찾아와 안부를 묻는 구청 직원도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 25.05.0707:00
    ②"물막이설비도 없지만 저렴한 월세에…"
    ②"물막이설비도 없지만 저렴한 월세에…"

    "월세가 30만원이에요." 아시아경제가 지난달 14~18일 반지하 거주자 10명을 온·오프라인을 통해 만나 물어본 결과, 대부분의 반지하 거주자들은 반지하 거주의 이유로 저렴한 월세를 꼽았다. 하루 1만원 정도(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기준)다. 그러나 하나같이 반지하에서의 삶을 추천하지 않았다. 주변 시선이나 습기, 공해가 문제가 아니었다. 국지성 호우가 생존의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돈만 더 있다면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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