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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手談)] 박보검도 웃게 한 ‘바둑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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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농심배 감동
11월 '이창호 키즈' 바둑드라마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2005년 2월, 중국 상하이 왕바오허 호텔. 제6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하는 한 남자의 쓸쓸한 발걸음이 포착됐다. 한국의 프로바둑 기사 이창호 9단. 그는 혼자였다.


반면 중국 기사는 다수였다. 그들은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중국 언론도 고무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른바 ‘바둑 삼국지’로 불리는 국가 대항전에서 한국을 넘어설 기회로 여겼다.


이 대회는 각국의 최강 기사가 5명씩 출전해 연승전 방식으로 우승국을 가린다. 한국은 한종진 5단, 안달훈 6단, 유창혁 9단, 최철한 9단 그리고 이창호가 출전 기회를 잡았다. 당시 실력으로 한국 최고로 평가받던 기사들이다. 하지만 한종진부터 최철한까지 중국과 일본 기사들에게 일격을 당했다.


[수담(手談)] 박보검도 웃게 한 ‘바둑 삼국지’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에 출전한 한국의 프로바둑 기사 이창호 9단(사진 왼쪽). [사진제공=한국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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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벼랑 끝에 선 상태였다. 단 한 사람, 이창호만 남았다. 반면 일본은 2명, 중국은 3명의 기사를 남겨 한국보다 여유가 있었다. 이창호가 5전 전승을 거둬야 한국이 우승할 수 있는 상황.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창호가 부산에서 1승을 거둔 뒤 상하이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세계 바둑 최고수들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누군가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연승을 자신하기 어려운 구조다. 게다가 상하이 대국은 2월23일부터 26일까지 매일 열린다.


한국은 나흘 연속 단 한 명이 대국을 치러야 하는 상황. 대국 일정까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남은 것은 ‘기적’뿐이었다. 이창호라면, 어쩌면 기적을 만들어낼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만이 남았다. 이창호는 상하이에서 세계 바둑사에 길이 남을 대장정에 돌입했다. 특유의 무뚝뚝한 표정으로 상대를 격파해갔다. 중국과 일본 기사들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패배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이제 남은 경기는 2월26일 이창호와 중국 왕시 5단의 마지막 대국. 기적의 완성을 눈앞에 둔 상태. 이제 쫓기는 것은 중국이었다. 이창호는 왕시를 상대로 불계승을 거뒀다. 지금까지도 바둑 역사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꼽히는 대역전승이 완성된 순간이다.


당시의 감동은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에피소드로 재현됐다. 드라마는 1995년 사건을 1988년 사건으로 각색했다. 다만 상하이 호텔의 당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창호의 쓸쓸했던 발걸음은 천재 바둑기사를 연기한 박보검이 그대로 재연했다.


이창호를 연상하게 하는 무뚝뚝한 표정의 박보검. 그는 한국의 세계 대회 우승을 견인한 뒤 금의환향했다. 박보검 얼굴에 웃음기를 머금게 했던 그 에피소드는 과거의 추억만은 아니다.


제24회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1라운드가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됐다. 중국의 판팅위 9단이 3연승으로 초반 레이스를 주도한 가운데 한국의 강동윤 9단이 판팅위 질주에 제동을 걸면서 마무리됐다. 한국은 신진서, 변상일, 박정환, 강동윤 등 4명이 남았다. 중국도 4명, 일본은 3명이 남았다.


한국은 농심 신라면배 최다 우승국이자 지난 대회 우승국이다. 이창호를 보며 꿈을 키웠던 후배들은 한국 바둑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2라운드는 다음 달 25일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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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초반 기세가 심상치 않지만, 한국의 남은 선수들도 쟁쟁하다. ‘바둑 삼국지’ 최강국을 놓고 벌이는 자존심 대결. 2005년 2월을 기억하는 ‘이창호 키즈’들이 선보일 바둑 드라마의 결말은 무엇일까.




류정민 문화스포츠부장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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