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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 톡] 우리가 몰랐던 신의왕후 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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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우먼 톡] 우리가 몰랐던 신의왕후 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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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가장 위대한 것들의 처음이었지만 정작 누군지 잘 모르는 이의 이야기를 하자. 신의왕후 한씨. 태조 이성계의 첫째 부인이며, 이방원의 어머니다. 본디 한씨는 함경도의 토박이 출신이었다. 아버지는 한경으로, 그 일대의 세족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성계가 출세해 개성으로 진출하자 한씨의 집안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했고 조선왕조에서 외척이 되지도 못했다. 되었어도 이방원이 가만히 뒀을 리 없겠지만.


한씨와 이성계의 결혼생활은 어떠했을까. 실록에 따르면 이성계가 원정을 다니느라 바빠서 집안 살림과 아이들(6남 2녀)의 양육은 전적으로 한씨의 몫이었다. 결코 쉽진 않았을 것이다. 비록 미래의 왕인 이방원도 5살 때는 엄마 치마폭을 붙잡고 빽빽 우는 애였을 테니까.


그러다 이성계는 무훈을 떨치게 되면서 20살 넘게 차이가 나는 권문세족인 강씨와 두 번째 결혼을 했다. 고려시대는 조선만큼이나 적서의 차별이 심하진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없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강씨는 젊고 집안도 좋고 세련된 도시 여성이었다. 이성계는 강씨를 몹시 총애했고, 이런 상황을 맞은 한씨의 속이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서로 가족으로 여겼다. 위화도 회군 때 고려 병사들이 이성계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으려 하자, 한씨의 아들 이방원은 두 가족을 모두 챙겨 피난을 갔다. 이복동생 이방석이 자기 말에 함께 타기도 했으니 나름 정이 넘쳤을 것이다.


이성계는 조선을 세우지만, 한씨는 이걸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55세. 조선이 건국하기 고작 10달 전의 일이었다. 조선의 첫 번째 왕비는 강씨가 되었고 한씨에게는 절비(節妃)라는 칭호만 달랑 주어졌다. 그리고 강씨의 막내아들인 방석이 세자로 책봉되었다. 강씨가 병으로 죽자, 태조는 몹시 애통해하며 강씨를 신덕왕후에 봉하고, 경복궁에 가까운 정동에 묘소를 두고 자주 찾아갔다. 그렇지만 한씨에게는 왕후의 칭호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조강지처인데 태조가 너무했지만, 어린 세자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한씨에게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은 것이리라.


그런데 어쩌나. 그 한씨의 자식이 이방원이었으니. 그는 제1차 왕자의 난을 일으켰고 아버지의 세상을 끝장냈다. 마침내 한씨는 신의왕후가 되어 왕후에 걸맞게 무덤이 단장되었으며, 강씨는 첩으로 격하되어 무덤도 초라하게 바뀌었다. 이후로 아들은 어머니를 핑곗거리로 삼았다. 태종 6년, 태종은 신하들과 기싸움을 하다가 당시 12살이던 세자(양녕대군)에게 양위하려 했는데, 한씨가 아들의 꿈에 매일 나타나 "너는 날 굶기려고 하느냐?" 하고 따졌다고 했다. 태종은 이 핑계를 들어 양위를 취소했다. 이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다행히’ 태종의 후계자는 세종이 되고 한씨는 오래도록 제삿밥을 먹게 되었다.


과연 한씨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춥고 척박하며 외진 함경도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여성. 하지만 모든 조선의 왕들과 그 자손들이 그녀의 후손이었으니 한씨야말로 조선의 어머니였다. 태조 이성계도 태종도 한씨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촌스럽고 내세울 데 없는 아낙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성계가 신덕왕후를 새 부인으로 들인 것도, 그리고 자식들이 어머니의 추억을 말하지 않고 다닌 것도 설명이 된다. 그러니까 더욱 재미있지 않은가. 시골의 별 볼 일 없는 촌여자가 위대한 왕국의 처음이 되었다. 그녀가 바로 신의왕후 한씨. 정종과 태종의 어머니이며, 세종의 할머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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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 작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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