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독일 배터리 공장 생산 무기한 보류
자체 생산 추진하는 글로벌 車, 수율 문제 직면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기로 했던 글로벌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유럽 거점 공장의 생산계획을 무기한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생산 비용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생산에 나서려했던 완성차 기업들이 생산 공정 완성도와 이에 따른 ‘수율(양품률)’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18일 현지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4680(지름 46㎜·높이 80㎜)’ 원통형 배터리 셀을 양산하기로 했던 테슬라 베를린 인근 그루엔하이데 배터리 공장의 계획이 무기한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에 필요한 장비들은 대부분 테슬라의 본사가 위치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 계획이 보류된 이유는 공정상 기술적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추진중인 건식 전극 공정을 통한 대량생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건식 공정은 기존 습식 공정에 비해 건조·캘린더링(압연·압착) 공정이 생략돼 생산 시간과 처리 비용 등을 절약할 수 있지만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대량 생산에 적합한 공정을 갖추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체 배터리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테슬라가 한발 물러선 모양새다. 테슬라는 2020년 9월 ‘배터리데이’에서 ▲18개월~3년 내 배터리 제조비용의 56% 절감 ▲2만5000달러(약 3570만원) 수준의 ‘반값 전기차’ 생산 ▲2030년까지 배터리 생산능력을 3테라와트시(TWh)로 늘리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현재 미국 프레몬트 공장에서 자체 시험 생산중인 테슬라 원통형 배터리의 생산 수율이 40~5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셀을 100개 생산한다고 해도 실제 쓰일 수 있는 배터리셀은 40~50개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안정적인 양산을 위해서는 수율이 90% 이상은 확보돼야 하는 것으로 본다.
이같은 수율 문제는 테슬라 이외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직면할 공산이 크다.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원가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내재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같은 시도가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자체 생산 대신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합작 투자 방식으로 ‘일부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생산 공정을 효율화하고 표준화하는 것은 배터리 업계의 해묵은 과제다. 세계 각지에 공장이 가동되고 있어 각 지역에 공급해야할 배터리의 종류와 현지 제도, 생산 인력의 숙련도 등에 따라 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정을 꾸리는 것이 차세대 배터리 개발만큼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때문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연구인력·장비 등 인프라가 가장 집적돼 있는 국내에 ‘모델 공장’을 지으면서 수율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LG에너지솔루션의 첫 ‘원통형 중대형 전지’ 생산기지인 오창공장이다. 테슬라와 미래 파트너십을 결정할 ‘4680 배터리’의 초기 안정적인 생산물량을 확보하고 향후 전세계에 추가적으로 설립할 공장에 가장 효율적인 공정 모델을 공유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니켈 배터리(니켈 함량 90% 이상)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높은 수율을 가져올 때 의미 있는 것"이라며 "국내 완성 배터리 기업들이 대규모 공정을 지으면서도 수율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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