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기부금으로 다시 태어나"…140억짜리 그림, 불에 '활활' 태운 美 사업가

프리다 칼로 1944년作 '불길한 유령들' 소각
멕시코 당국 "문화재 파괴는 범죄 행위…조사 중"

지난 8월3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라틴아메리카 미술관(MALBA)에 멕시코의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의 대표작인 '디에고와 나'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은 자료사진.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황수미 기자] 미국의 한 가상화폐 사업가가 멕시코 유명 화가 프리다 칼로의 그림 원본을 불로 태웠다고 밝혀 논란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술전문 매체 아트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블록체인 기술업체 '프리다.NFT'의 최고경영자(CEO)인 마르틴 모바라크의 이같은 행위가 문화재를 보호하는 현행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모바라크의 소각 행위는 지난 7월30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한 저택에서 열린 비공개 행사에서 벌어졌다. 당시 그는 현장에 초대된 2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멕시코 유명 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작품 '불길한 유령들(Fantasmones Siniestros)'을 불태웠다.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에는 큼지막한 마티니 잔에 놓인 그림(가로 23cm·세로 15cm)이 순식간에 불에 타고 재만 남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불길한 유령들은 1944년 프리다 칼로가 일기장 양면에 수채화 등으로 그린 그림이다. 원본 그림의 가치는 1000만달러(약 143억8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모바라크는 이 그림의 고해상도 디지털 버전을 1만개의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만들어 한정 판매 중이다. 거래는 암호화폐인 이더리움을 이용해 진행되며, 개당 3이더리움에 판매된다. 이는 약 4011달러(약 577만원)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프리다.NFT 측은 "불행하고 아픈 어린이와 여성을 비롯해 전 세계의 불우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희귀한 예술 작품을 불태웠다"며 "예술과 NFT, 보건 분야 등에 대한 혁신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프리다 칼로는 NFT 형태로 불멸의 존재가 되었다"며 "그의 예술은 영원히 계속 늘어날 수 있는 기부금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덧붙였다.

다만 모바라크가 불에 태운 작품의 진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바이스닷컴에 따르면 모바라크는 불길한 유령들을 2015년에 개인 수집가로부터 사들였으며, 멕시코시티에서 한 미술품 딜러에게 진품이라는 감정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라틴아메리카 미술품 딜러인 메리-앤 마틴은 자신이 이 작품을 팔았다고 바이스닷컴에 전했다. 그는 "2004년과 2013년 각각 한 재단과 개인 수집가에 이 작품을 판 적은 있지만, 모바라크와 거래한 적은 없다"고 했다.

제임스 올스 웰슬리대 미술과 선임강사도 "진짜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는 증거 자체를 모바라크가 불에 태워 없애 버렸다"며 그림의 진위에 대해 의견을 낼 수가 없다고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한편 멕시코 당국은 모바라크가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연방법은 예술품 등 주요 문화재를 고의로 파괴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의 국립예술·문학원(INBAL)은 성명을 내고 "원본을 파괴한 것인지, 복제품을 파괴한 것인지 확실히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황수미 기자 choko216@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