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전략의 최일선, 獨 딩골핑 공장을 가다
협력사와 실시간 연계 시스템
최종 조립까지 품질 검수 강화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독일 뮌헨에서 북동쪽으로 100㎞가량 떨어진 딩골핑. 인구 2만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에는 BMW의 유럽 최대 공장이 있다. 지난 14일 찾은 이 공장의 조립라인에선 전기 대형 세단 i7의 차체와 차대(섀시)를 로봇이 정교히 움직이며 결합시키고 있었다. 1분 남짓한 작업 후 다음 단계로 넘어갔고 뒤를 이은 차량은 같은 7시리즈의 내연기관 모델이었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iX, 가솔린·디젤 5시리즈도 같은 라인 중간중간에 섞여 있었다.
다른 모델은 물론 동력계를 달리하는 모델도 한 라인에서 조립되고 있는 것이다. 각 라인마다 특정 모델이나 차종을 매칭해 생산을 전담하는 게 아니라 어떤 라인에서도 이 공장의 모든 차종을 생산할 수 있는 체계다. 전기차의 경우 차량 아래쪽을 배터리가 가득 채우는 등 차량 구조가 기존 내연기관과 다르다.
한 라인에서 여러 종류 차종을 만드는 혼류생산은 그간 여러 메이커에서도 해왔는데, 이질적인 내연기관과 전동화 차량을 한 곳에서 만드는 곳은 흔치 않다. 통상 따로 전기차 생산라인을 갖추거나 별도 전용공장을 짓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장 안내를 맡은 BMW 직원 요세프 브룸은 "과거에는 세단과 왜건 정도를 한 라인에서 조립하는 단순한 공정이었던 데 반해 현재는 부품 등 협력업체와 실시간, 유기적으로 연계한 시스템을 갖췄다"며 "하나의 라인에서 다양한 차종·모델을 최종 조립하겠다는 구상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수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가 가능한 이러한 생산체계는 BMW그룹이 추진 중인 전동화 전환의 일환이다. 이 회사는 2030년 이전까지 전체 완성차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기로 했다. 관건은 변수가 많은 시장의 흐름이다.
당장 독일에선 전쟁 여파로 전기가 비싸졌고 전기차 구매보조금도 줄이고 있다. 돌발변수나 정책에 따라 시장 수요가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는 만큼, 탄력적으로 대처할 채비를 해둔 셈이다.
초기 프레스부터 최종 조립까지 이어지는 공정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점은 품질에 대한 집요함이다.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품질을 검수, 인공지능이 분석해 라인에 있는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 7월부터 생산 중인 신형 7시리즈에는 40개 부문에서 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기계가 놓친 부분은 각 공정 곳곳마다 사람이 직접 살핀다.
브룸은 "품질검사를 위한 설비를 개발하고 사람을 많이 쓰면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지만 일정한 공정 이후 결함을 발견하거나 최종 완제품의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손해가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딩골핑(독일)=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딩골핑(독일)=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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