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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문화수다] '모 주석'이 영화화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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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의 문화수다] '모 주석'이 영화화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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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1박 2일 일정으로 공주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금강유역문학 축제에 다녀왔다. 최근 신간 장편소설 '모 주석은 이렇게 말하였다'(도서출판 등; 이하 '모 주석')를 세상에 내놓은 중견작가 김홍정이 첫 만남 자리에서, ‘소설의 즐거움’에 대해 30분가량 발표해줄 수 있냐는 제의에 응하기 위해서였다. 충남작가회의 회장 등을 맡고 있는 그는, 시집 '다시 바다보기'(2007)를 비롯해 소설창작집 '그 겨울의 외출'(이상 오늘의문학사, 2014)과 '창천이야기'(2017), 사진 에세이집 '이제는 금강이다'(2017), 전 10권으로 이뤄진 대하소설 '금강'(1?6권 초판 2016년, 7?10권 2020년 2월), 연작소설 '호서극장'(2020), 장편소설 '의자왕 살해 사건'(이상 솔출판사, 2018)과 '린도스 성의 올리브나무'(도서출판 등, 2021) 등을 펴냈고, 공주문학상과 2020 충청남도 올해의 예술인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는 공주 토박이다.


나는 발행 며칠 전 출판사 대표에게 요청해 받은 PDF 버전으로 소설을 완독했다. 그것도 단숨에! 그만큼 '모 주석'은 가독성이 높았다. 본문만 200여 쪽에 지나지 않는, 길지 않은 분량 때문은 아니었다. 플롯은 말할 것 없고 등장인물들의 성격화(Characterization), 작가가 우리 시대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 내지 교훈 등 전 층위에서 압권이었다. 며칠 지나 받은 책으로 다시 읽어도, 그 압도적 감흥은 여전했다.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김훈의 첫 번째 소설집 '강산무진', 이창동 소설집 '소지'와 '녹천에는 똥이 많다', 그리고 여로 모로 비교될 법한 옌렌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등과 나란히 내 생애의 소설로 살아가기 부족함 없다.


사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시대착오 내지 사상적 오해 등을 야기시킬 수도 있을 제목부터가 크고 깊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짜라투스트라도 아니고, 문화대혁명(1966∼1976)의 크고 작은 과오들로 인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도 공식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어느 모로는 ‘철 지난’(?) 정치가이자 사상가 모택동(毛澤東/ 마오쩌둥)이 “이렇게 말하였다”니, 작가의 의중이 궁금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중국통’이라고 여기는 친구에게 의견을 구했다. 흥미롭게도 그의 전언은 작가와 통했다. 적잖은 중국인들에게는 지금도 여전히 모 주석의 어록이 성경과 같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김홍정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 주석’은 이미 현실이 아니지만 그를 현실 속에서 종종 만난다. 작은 호주머니에 들어갈 크기의 붉은 비닐 포장 어록, 열두 컷 사진 속의 모 주석은 진지하거나 웃고 있다. 그의 눈빛에서 많은 이야길 들을 수 있다. ‘모 주석의 어록을 공부하여 그의 가르침과 행동을 따르자’라는 린빠오의 말이 새삼 경구로 남는다.”(213쪽) 20대의 일개 사병과, 제법 나이든 사단장의 젊은 30대 아내 사이의 치정 불륜으론 성에 차지 않았는지, 모 주석의 어록을 내던지고 짓밟으며 끝내 갈가리 찢어발기는 옌렌커의 소설이나, 그 소설을 토대로 빚어낸 장철수 감독의 동명 영화(2022)와는 달라도 정말 다르다.


그러나 그 진심 가득한 내면이나 가식이라고는 아예 찾기 불가능한 진정성 등에서 위 소설과 영화는 김홍정의 소설과 상통하고 직결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인류의 운명과 역사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만 들려주는 이야기”요, “인간의 존엄에 대해 영원한 존중과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한 통의 편지”라는 옌렌커의 말은 김홍정의 그것일 테기에 내리는 평가다. 옌렌커와 마찬가지로 김홍정도 “인간과 인류사회 전체의 발전에서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요소인 ‘사랑과 존엄’을 얘기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김홍정은 이런 바람을 피력했다. “'모 주석은 이렇게 말하였다'는 주인공이 아닌 사람으로 살아온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마음으로 읽으면 좋겠다.”고. “특별하지도 않거니와 크나큰 성과를 이룬 사람이 아닐지언정, 아무렇게나 혹은 되는 대로 살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하여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영웅적 주인공은 아니어도, 니체가 역설한바 노예가 아닌 주인의 삶을 살아가는 그 사람들로는 크게 네 명의 중심인물이 존재한다. 외연적 주인공은 짱민꿰이(이후 짱)이다. 짱은 중국 공산당 대장정(1934~1935)에 숙수(요리사)로 참전했던 조선족의 아들로 혼하 인근 하앙촌에 산다. 조선해방전쟁 참전을 독려하는 펑더화이의 명을 받고 그는 외숙부 양충과 인민지원군 9병단 후발대 숙수로 참전한다.


6·25전쟁부터 5.18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짱을 축 삼아 30년에 걸쳐 펼쳐지는 플롯은 너무나도 드라마틱하다. 느슨한 듯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정교·치밀하다. 작가도 밝혔듯 “문득 생각이 펼치는 대로 따라가 글을 쓴 경험”을 살려 “운동선수에나 있을 법한 힘 뺀 글” 덕분에, “절묘한 즐거움이 있다.” 양충과 짱에 더해 짱의 입양 딸 짱쯔얼과, 아버지를 도와 짱이 운영하는 중화요리집 중화각에 잔반을 얻으러 오가다 짱을 통해 요리를 배우고 대학까지 가게 되고, 끝내 교사의 삶을 살게 되는 이종명 스토리까지 가세하면 소설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김홍정 작가와 동세대여서만은 아니다. 공주에서의 발표에서도 강변했듯, '모 주석'의 ‘진짜’ 주인공은 짱쯔얼과 이종명이라는 것이 내 해석이다.


양충부터 이종명까지 그들 네 인물은 단 한 순간도 주인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럴 법한데도, 아니 그래야 인간적이라는 소릴 들을 텐데도 그들은 결코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잃지 않는다. 그 어떤 극악한 상황에서도 배신을 하지 않을뿐더러 신 탓, 세상 탓, 남 탓도 하지 않는다. 그 얼마나 ‘위대한 보통사람들’인가!


문득 이런 상상을 해본다. 옌렌커의 소설이 영화로 옮겨졌듯, '모 주석' 또한 뜻있는 보통사람들에 의해 영화화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직 구체적 그림은 그리진 않았어도, 실은 이미 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7월 동갑내기 역사학자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인생 절친인 조철현 기록문학가 겸 다큐멘터리 PD 등과 설립한 법인 ㈜한류역사문화TV의 프로젝트로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성원을 바란다면 과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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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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