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스 가격 상승에 석유회사 사상최대 순익…EU 195조원 '횡재세' 추진
석유회사 친환경 투자도 확대…셸 CEO "대형 친환경 M&A 시간 두고 검토"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석유·가스 기업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다. 불과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기후변화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석유 재벌들이 올해 최대 승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은 두둑해진 현금으로 친환경 신재생에너지에까지 다각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양대 정유사 엑손모빌과 셰브런은 지난 2분기에 각각 178억5000만달러, 116억2000만달러의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영국 석유기업 셸은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91억달러 순이익을 낸 뒤 2분기에 115억달러로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투자자들이 몰리며 셸의 주가는 올해 들어 40% 이상 상승했다.
원유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석유·가스 기업만 막대한 이익을 내는 상황이다.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미국 석유·가스 기업이 올해와 내년에 2750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에서 석유·가스 기업의 막대한 이익에 이른바 ‘횡재세(windfall profits tax)’를 부과해 물가 급등에 고통스러워하는 계층을 도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4일(현지 시각) EU 의회 연설에서 석유·가스 가격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에너지기업으로부터 횡재세 등으로 1400억유로(약 195조원)을 거둬들여 에너지난 완화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지난 6월 "엑손모빌은 올해 신(神)보다 돈을 더 많이 벌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석유·가스 기업들은 급증한 현금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셸은 지난 4월 인도 재생에너지 기업 스프릉 에너지를 15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5월에는 프랑스 석유기업 토탈이 미국 신재생에너지 업체 클리어웨이 에너지 그룹 지분 50%를 24억달러에 인수했고 6월에는 BP가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채 호주 신재생 에너지 사업 지분 40%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2월에는 셰브런이 리뉴어블 에너지 그룹을 31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급증한 현금 규모에 비해 신재생 에너지 투자가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짐 피터킨 애널리스트는 신재생 에너지 기업의 가치가 아직 높지 않다는 점이 대규모 인수합병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 기업의 규모가 아직 기존 화석연료 기업들에 비해 작고 수익 구조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대형 석유·가스 기업들은 대규모 M&A를 추진했다가 자칫 기업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셸의 벤 판뵈르던 최고경영자(CEO)는 신재생 에너지 부문이 좀더 납득할 수 있는 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리며 대규모 M&A를 미뤄두고 있다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스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상반기 에너지 업계 M&A 동향을 분석한 최근 보고서에서 연초 예상보다 M&A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면서도 많이 증가한 현금 보유량,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가속화 등을 이유로 향후 M&A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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