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원·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5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다시 쓰며 13년5개월여만에 1370원을 뛰어넘었다. 오는 8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통화정책 컨퍼런스에서 고물가 통제를 위해 가파른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외환시장의 흐름을 바꿀만한 요인을 찾기도 쉽지 않아 이달 중 1400원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71.7원에 거래를 마쳐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1377.0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 고지를 향해 바짝 다가서기도 했다. 최근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의 영향뿐만 아니라 위안화 및 유로화 약세와 수급적인 쏠림이 동반되면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8월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진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원·달러 환율 향방은 무역수지와 연계되는데 무역수지가 개선되면 환율이 내려갈 수 있으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면 환율이 내려가기는 어렵다"면서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있지 않는 한 당분간 강달러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환시장에선 이달에도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만간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Fed의 금리인상은 물론 유동성 축소가 9월에 굉장히 빨리지면서 1400원을 뚫을 수 있다"면서 "위안화 약세도 환율 상승 압력 요인"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외환시장은 Fed의 긴축 입장을 주시하며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고, 유럽 경제의 부진한 상황도 달러 강세를 유도할 전망"이라며 "현재 환율 수준에서 마땅한 저항선이 없다는 점에서 환율 상단을 140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변수는 오는 8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와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ECB가 통화정책 회의에서 전격적으로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하면 강달러와 맞물려 진행중이 유로화 약세도 숨고르기 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최근 원화가치를 끌어내린 유로화 약세 리스크도 다소 해소될 수 있다. 오는 13일 발표될 CPI 역시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확인된다면 달러 강세 압력이 진정될 수 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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