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대표들과 긴급간담회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없어 답답"
업계, 국내 산업 보호 위한 정책차원의 지원도 요구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오현길 기자, 유현석 기자] "답이 없는 상황이다."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정부와 반도체·자동차·배터리 등 유관기업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A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에 대한 대응 방안에 굳은 표정으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여건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CEO와 관련협회장들은 IRA와 함께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CSA) 시행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또 다른 CEO는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없다"면서 답답함을 내비쳤다.
이날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난 반도체·자동차·배터리 업계 대표들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과 IRA에 민관이 민관이 함께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법안이 통과는 됐지만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아직 제정되지 않은 만큼 최대한 우리의 의견을 담아내자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여론전에 나섰지만 보호무역주의 기조로 세계무역기구(WTO) 상소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 상황에서 사실상 실효성이 크지 않을 수 있어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민 대우 원칙과 세계무역기구(WTO)의 최혜국 대우 원칙에 위배되는지 정부가 나서서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며 "특히 우리와 같이 FTA 체결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은 북미서 생산하는 것과 같은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국내 산업 보호 지원도 건의했다. 전기차 보조금 제도 개선, 전기차 수출업체에 대한 한시적인 법인세 감면, 전기차 수출보조금 지원 등의 대책 마련 등이다.
전문가들은 법 통과가 이제 막 이뤄졌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의견 전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 통과 된 것은 모법(母法)이며 이제 막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의견을 강하게 전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산업연합회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WTO 보조금 규정 위반 ▲한·미 FTA의 내국인 대우원칙 위배 ▲미국이 공급망 협력 등을 위해 추진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비전에 위배 ▲금년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 강조했던 한미 경제안보동맹 강화 정신에 위배 되는 등 크게 네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어 미국 의회 및 정부에 FTA 체결국이며 경제안보 동맹국인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해 북미산 전기차와 동등한 세제 혜택을 줄 것을 요청했다.
배터리 업계는 정부에 현지 생산 배터리에 대한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업들이 이미 현지 생산설비를 확보하거나 계획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부품과 광물"이라며 "그동안 강점을 가져왔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1월 예정돼 있는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 변화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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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배터리를 북미 생산하라는 법안을 내놨지만 중간선거의 결과에 따라 범위가 더 확장 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만약 북미 생산 품목이 자동차 부품과 타이어 등으로 확대 된다면 국내 산업의 큰 타격은 불가피 하기 때문에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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