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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망자 657명…35년만의 진실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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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105명 등 657명 사망 확인…공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강제수용·노역, 사망 등 인정 …국가 공식사과·피해회복 조치 권고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망자 657명…35년만의 진실 규명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의 발언을 듣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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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과거 군사정권 시절 최악의 인권탄압 사례로 꼽히는 ‘한국판 아우슈비츠’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사망자 수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과정에서는 형제복지원 설치와 운영에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인권 침해에 대한 묵인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기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는 24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제39차 위원회를 열고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 진실규명 결정 발표 기자회견’을 통해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이라고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5월 조사개시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이번 진실규명은 전체 신청자 544명 가운데 2021년 2월까지 접수된 191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날 진실화해위원회는 35년 만에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과정의 위법성 △형제복지원 운영과정의 심각한 인권침해 △의료문제 및 사망자 처리 의혹 △정부의 형제복지원 사건 인지 및 조직적 축소·은폐시도 등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105명 추가 확인…사망자 총 657명

먼저 이번 진실규명에서는 형제복지원 사망자 수는 657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기존에 알려진 552명보다 105명이 많은 수치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최초로 확보한 사망자 통계, 사망자 명단 등 14건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같이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1986년 한해 형제복지원 사망자 수는 135명으로 당시 일반국민 사망률 0.318%보다 13.5배나 높은 4.30%였다. 이 가운데 결핵사망률은 0.41%로 당시 일반인구 결핵사망률 0.014%와 비교해 29.2배나 높았다.


형제복지원 수용자 중 응급 후송 중 사망(DOA, Dead On Arrival) 등 의문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사망진단서도 조작한 정황도 확인됐다. 형제복지원 입소자는 부산시와 ‘부랑인 수용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한 1975년부터 1986년까지 총 3만8000여명 수준이었으며, 1984년에는 최대 435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망자 657명…35년만의 진실 규명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신과 약물 과다 투약 ‘화학적 구속’ 정황

형제복지원 수용자들에게 정신과 약물을 과다 투약해 ‘화학적 구속’이 이루어진 정황도 드러났다. 1986년 형제복지원에서 1년간 구입한 클로르프로마진(조현병 환자의 증세 완화제)은 총 25만정으로, 이는 1년 동안 342명(당시 정신요양원 수용인원 총 395명)이 매일 2회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1986년 형제복지원 회계에서 지출된 ‘정신환자시약비’는 총 1267만여원으로, 일반환자시약비 1015만여원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진실화해위원회가 입수한 형제복지원 정신과 약물 구입 목록에는 정신과 전문의약품으로 정신분열증과 양극성장애 치료제인 할로페리돌, 간질성 경련 및 부정맥치료제인 디펠과 마약류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인 바리움, 달마돔 등도 포함됐다. 형제복지원은 수용자 가운데 부적응자나 반항자에게 임의적으로 약물을 투여하고, 정신요양원을 소위 ‘근신소대’로 활용한 것으로 진실화해위원회는 보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과정에서 수용자들이 강제노역한 대가로 자립적금을 형제복지원이 미지급하거나 착복한 사실도 밝혀냈다. 1986년 1인당 평균예입액은 55만819원인데, 1인당 평균 지급액은 20만4729원이었다. 1인당 무려 34만6090원의 차이가 나는데, 진실화해위원회는 원생들에게 자립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착복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원장인 박모씨 수사 당시 검찰이 압수한 ‘기증금 세입결의서’ 및 ‘기증금 출납부’ 등을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한국판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사망자 657명…35년만의 진실 규명

공권력 부당사용…강제수용 전말 확인

아울러 무차별한 부랑인 단속과 형제복지원 수용의 근거인 ‘부랑인의 신고·단속·수용·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인 내무부 훈령 제410호의 위헌·위법성도 확인됐다. 해당 훈령은 부랑인이라 지목된 사람을 어떤 형사절차도 거치지 않고, 시·군·구청과 경찰이 합동으로 구성한 부랑인 단속반이 수용시설에 보내 무기한 강제수용하도록 규정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이 훈령은 법률유보 원칙, 명확성 원칙, 과잉금지 원칙, 적법절차 원칙, 영장주의 원칙, 체계 정당성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 문건을 확보해 보안사가 형제복지원을 집중관리한 사실도 확인했다. 보안사는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던 납북귀환어부 김모씨(당시 29세)를 감시하기 위해 보안사 요원을 위장 침투시켰는데, 1986년 5월 8일 이 수사공작을 ‘갈채공작’으로 명명하고 승인했다. 보안사는 ‘형제복지원을 불순분자에 의한 조직적인 집단행동 유발가능성이 높은 집단’, ‘교도소보다 더 강한 규율과 통제를 하는 곳’으로 판단했다. 보안사는 형제복지원 박모 원장으로부터 서약서를 받고 지속적인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국가보안법, 국방경비법, 반공법 위반자를 신원특이자로 구분해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하고 감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정부는 공안사범 15명을 사회안전법 및 요시찰인 업무조정규정에 의거해 관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진실화해위원회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존안자료 중 요시찰 및 보안처분 관련자료, 부산지검 공안과 보안처분 대상자 명단 등을 입수해 확인했다.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 주재로 관계기관이 모여 형제복지원 대책회의를 했다는 보안사 문건도 최초로 공개됐다. 1987년 3월 24일 안기부 2국장 주재로 안기부 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관련 관계기관대책회의’가 열렸다. 형제복지원 원생 30여명이 집단 탈출해 복지원 실태를 폭로한 다음 날이다. 이어 이틀 뒤에는 청와대 정무 2수석, 안기부 2국장, 내무부 차관, 대검 차장, 치안본부장, 총리비서실장, 부산시 부시장 등 고위급이 참석한 가운데 형제복지원 개편 방안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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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국가, 피해자·유가족에 공식 사과해야"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을 경찰 등 공권력이 적극 개입해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단속,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구금하는 등 총체적인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결론지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피해 회복 및 트라우마 치유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각종 시설에서의 수용 및 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시행해야 하고, 국회는 2022년 6월 21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유엔 강제실종방지협약을 조속히 비준 동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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