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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엔 ‘귤법’ 강북선 ‘탱자법’, 법원마다 다른 판결 … 코로나 위기 택시업계, ‘근로시간’ 소송까지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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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엔 ‘귤법’ 강북선 ‘탱자법’, 법원마다 다른 판결 … 코로나 위기 택시업계, ‘근로시간’ 소송까지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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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1. (서울) 2021년 10월 전·현직 법인택시 운전기사 7명은 자신들이 일한 A교통을 상대로 낸 1억원 가량의 체불임금 청구 소송에서 졌다.


‘택시’의 1일 소정 근로시간은 최저임금법이 적용되면서 2009년부터 6시간 40분이었지만 A교통은 노사합의로 2015년 이후 3차례 근로시간을 단축해 2018년 2월부터는 1일 5시간으로 줄였다.


택시기사 측은 일은 바뀐 게 없는데 소정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을 몰래 빠져나가려는 의도여서 무효이니 1일 6시간 40분 기준으로 그동안의 미지급된 임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택시업종 특성상 노사합의로 정한 소정 근로시간의 단축 합의는 유효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면서 사측이 승소했다.


이후 2022년 3월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고 택시기사 측이 낸 대법원 상고도 기각(심리불속행 기각)됐다. 법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택시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2. (부산) 2022년 2월 B운수 택시기사 7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체불임금 청구 소송 2심에서는 택시기사들이 이겼다.


부산고법은 원고인 택시기사들이 항소심에서 청구한 1억5456원 가운데 5637만원을 택시회사가 지급하라는 판결을 했다.


부산의 법정은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은 변경되지 않았고 소정 근로시간만 단축한 것은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교묘히 피해가는 ‘잠탈행위’로 보고 무효로 봤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 대한 B운수의 상고도 기각(심리불속행)했다.


그동안 단축해왔던 소정 근로시간과 노사합의 시점만 다를 뿐 똑 닮은 재판이 서울과 부산 두 개 법정에서 각각 다른 판결을 내놓으면서 전국 택시업계는 큰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택시를 운행 중인 기사도, 퇴직한 근로자도 6시간 40분을 모두 인정받기 위해 봇물 터지듯 체불임금 소송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1심 판결을 포함해 진행 중인 소송은 현재 부산에서만 300건이 넘게 재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심 선고 기일로 잡혀있는 선고공판만 8월부터 10월까지 18건가량 남아있다.


전국으로 확대하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전국 법정은 2000여건에 이르는 ‘같은’ 재판을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심리와 변론재개, 선고에 이르기까지 국내 법정들은 ‘소정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같은 사안을 놓고 각각 재판하고 있다.


이에 더해 재판의 유불리에 따라 더 많은 ‘관계자’의 줄소송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고되는 상황이다.


부산의 한 법인택시 기사는 “소멸시효가 완성되기까지 시간은 남아 있으니 최대한 여러 판결 결과를 보다가 회사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결정할 생각”이라며 “다른 기사나 퇴직한 분들도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년여에 걸쳐 ‘현재진행’ 중인 코로나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데다 현재 계류 중인 2000여건의 관련 소송과 법원들의 엇갈린 판결로 무거운 짐을 떠안은 택시업계는 끝없이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그동안 택시업계 노사는 회사 바깥에서 근로하는 택시업종 특성 때문에 근로시간과 최저임금 설정이 명확하지 않아 2009년 7월 최저임금법 적용으로 특례조항이 시행되면서 노사 간 합의로 소정 근로시간에 따른 기본급과 사납금 수준을 정해왔다.


소정 근로시간이란 사업장 내에서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직업의 경우, 임금 책정을 위해 사용자와 근로자 간 통상적으로 합의한 시간이다. 택시기사의 근로시간이 대표적인 소정 근로시간에 해당한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사측이 소정 근로시간을 길게 잡으려 해도 근로자인 택시기사는 한결같이 반기지 않는다.


소정 근로시간이 길수록 고정급여는 늘어나지만 고정급에는 각종 세금과 4대보험료 등 간접비용이 추가돼 동시에 회사에 납입하는 사납금이 고정급 인상액보다 더 늘어나게 돼 있다. 사납금을 뺀 초과운송수입을 더 알짜 소득으로 삼는 기사들이 좋아할 리 없는 임금 구조인 것이다.


당면한 택시업계의 체불임금 줄소송 사태는 2019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른바 도화선이 됐다.


노사 간 합의한 소정 근로시간 단축은 고정급여를 줄이려고 교묘히 빠져나가는 ‘잠탈’ 행위로 판단해 무효라는 판결이었다.


법무법인 소망의 오승원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전원합의체 판결이 격일제 근무라는 택시회사 근무형태의 특수성을 간과해 근로시간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고 택시요금과 사납금 간의 상관관계에 따라 택시기사의 근로 의무량이 정해지는 점도 이해하지 못해 큰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또 “소정 근로시간을 합의한 택시 노사 간 신뢰관계가 무너졌고 객관적이고 통일적인 기준에 따라 판결이 이뤄지지 않고 판사 성향에 따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안에서도 제각각 다른 판결을 내리는 현실이 왔다”고 말했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회적인 잇슈가 큰 재판일수록 여러명의 재판연구관이 샅샅이 뒤지며 기존 판례에 저촉되지 않도록 지원한다”며, “같은 사안에 엇갈린 결과들을 내놓는 이상한 재판들이 2019년 이후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장성호 이사장은 “토양에 따라 ‘강남’의 귤이 ‘강북’으로 가면 탱자(귤화위지·橘化爲枳)가 된다는 말은 들었어도 법이 서울이나 부산 가서 다르면 어떡하나”라며 하소연했다. 장 이사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휴업과 폐업을 고려하는 회사도 생겨나고 있는 마당에 재판마다 판결이 다른 임금 소송까지 상대해야 하니 무척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택시업계는 지난 2년여 거리두기와 야간 영업제한 등으로 승객을 크게 잃었다. 생계 위기에 빠지자 택시기사들은 이직을 택했고 택시회사는 기사를 못 구해 차를 세워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운행 가동율이 저조해지면서 소비자는 때때로 택시잡기 전쟁을 치러야하는 불편을 겪고 있고 택시회사는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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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긴 터널을 채 빠져 나오기도 전에 택시 노사는 판사를 잘 만나면 행운을 건지는 ‘로또’ 재판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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