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3%대 정기예금 비중, 10년만에 최대
은행들 이자장사 비판에 예대금리차 공시 앞두고
예금금리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2년동안 매달 꼬박꼬박 적금을 넣어서 주식을 샀더니 1년 만에 돌아온 건 무려 ‘-54%’ 수익률이었어요" 작년 6월 말, 적금 900만원을 타서 카카오 주식에 몽땅 투자했던 신지애씨(41·여)는 지금 이를 갈고 있다. "이달 말에도 적금 1000만원짜리를 하나 더 타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이 주거래 은행 정기예금에 넣을 계획"이라고 했다. 신씨가 알아본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금리는 3%를 약간 넘는 수준. 그는 "요즘 친구들 단톡방에서도 예적금 금리가 높은 은행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게 일"이라고 전했다.
정기예금에 몰린 자금 중 ‘3%대 금리’ 적용을 받는 비중이 10여년만에 최대치로 늘어났다. 긴축의 시대에 주식시장 대신 은행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예금은행 금리수준별 여수신 비중’을 보면(6월 말 기준) 금리 3~4% 미만이 16.4%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3월(27.2%) 이후 9년 3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5월까지만 해도 3~4%미만 구간은 0.4%에 그쳤었는데, 한 달 사이에 이 구간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났다.
3% 이자 정기예금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직후 은행들이 이자 장사로 돈 번다는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었다"며 "대출금리만 올리고 예금금리는 안 올려서 예대금리차를 점점 더 벌린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까지 도입한다고 하자 시중은행들이 6월부터 집중적으로 예금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은행에 새로 쌓이는 정기예금의 금리 비중을 살펴보면 금리 2% 아래는 크게 줄어들고, 2~4%미만 비중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 특징이다. 1년 전과 비교(작년 6월 대비 올해 6월)해보면 차이를 확연히 알 수 있다. 2%미만은 99.9%→27.5%, 2~3%미만은 0.1%→56.1%, 3~4%미만은 0%→16.4%로 각 구간별 추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통장을 들여다 봐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은행의 우리첫거래우대 정기예금은 3.60%, NH농협의 왈츠회전예금은 3.15~3.25%, 신한은행의 아름다운 용기예금은 1.8~3.4%,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3.3%, 국민은행의 KB골든라이프연금우대예금 2.75%~2.95%씩 금리를 준다.
높은 이자율을 쫓는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섰다. 한 달 새 27조3532억원이 증가했는데, 전월 증가 폭(5조3191억원)에 비해서도 다섯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상승 추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고, 이달부터 예대금리차 공시제도가 시작되면서 시중은행들도 한 달에 한 번씩 시장 금리 변동분을 예금금리에 반영하기로 했다"며 "예금금리는 당분간 오름세를 보여 연말쯤에는 금리 4%에 육박하는 정기예금 상품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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