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비 부담에 '휴포족'↑
다른 쪽선 해외여행·호캉스 즐겨
부산 특급호텔 관계자 "객실 예약률 90%"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백유진씨(27·가명)는 8월 말 여름휴가를 떠나려 했으나 결국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당초 해외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비싸진 항공권 가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는 "항공료도 너무 오르고 코로나 때문에 걱정돼서 해외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도 3박 4일' 일정도 고민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들어 휴가 계획을 접었다"고 말했다. 이어 "SNS 게시물을 보면 벌써 해외를 갔거나 호텔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며 "나만 이렇게 돈을 아끼나 싶어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처음 맞는 여름휴가를 두고 시민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 여파에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여행 등 휴가를 포기하는 이른바 '휴포족'이 이어지는 반면, 일각에서는 수십만원짜리 특급호텔을 예약하는 등 여전히 '욜로(YOLO·한번뿐인 인생을 즐기자는 의미의 신조어)'를 외치는 모습이다.
최근 치솟은 물가 탓에 휴가철 여행 계획을 접는 이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월 대비 국내항공료는 19.5%, 국제항공료는 21.4% 상승했다. 국내단체여행비는 31.4%나 올랐다. 이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여행·관광 등에 수요가 몰리면서 서비스 가격이 대체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달러당 1300원이 넘는 고환율 역시 해외 여행객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항공권, 숙박비, 외식비 등 휴가에 드는 비용이 늘어나면서 휴가(vac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상승)을 합친 '베케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1년 차 직장인 윤재혁씨(25·가명) 또한 휴가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토로했다. 그는 "물가가 올라서 멀리 여행을 떠나는 게 부담스럽다"며 "올해는 친구들과 등산을 하거나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휴가를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휴포자'가 속출하는 상황에도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의 항공 수요를 예측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19만명)보다 791% 증가한 171만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기간 하루 평균 예상 여객은 8만5000여명이며, 8월7일 일요일에 여객 9만8352명이 몰리면서 가장 혼잡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해외여행 대신 프리미엄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기려는 이들도 나온다. 특히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특급호텔의 경우, 하루 숙박비가 50만~100만원을 호가함에도 빈방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운대구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이번 달 객실 예약률은 90%정도 된다. 다른 호텔들도 비슷할 상황"이라며 "해외여행을 가는 여행객들도 있겠지만 코로나, 고물가 등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고 국내로 유턴해 호캉스를 즐기려는 분들이 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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