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당 대표 공식 출마 선언
소통관→분수대→정문으로 장소 옮겨
우군 없고 약한 원내 지지기반 한계 노출
“새 인물 배척 정치문화 문제"
"썩은 곳 도려내고 반드시 조국의 강을 건널 것"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박준이 기자]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출마자격 없음’ 판단에도 불구하고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했다. 권리당원 자격이 안돼 8·28 전당대회에 후보로 등록한다하더라도 반려 가능성이 높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소통관 대여해줄 현직 의원 없어...당내 약한 지지기반 한계 표출
박 전 위원장은 당내에 자신 편을 들어주는 우군(友軍)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계가 이날 기자회견 장소를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의 출마 선언 장소는 두 차례 변경돼 결국 이날 오전 9시반께 국회 정문 앞 야외 땡볕에서 진행됐다.
당초 기자회견 장소로 예상됐던 국회 소통관은 현직 국회의원만 대관 예약이 가능한데, 빌린 의원이 배석까지 해야 해 다수의 의원들이 박 전 위원장의 요청을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박 전 위원장 측은 국회 내 야외 분수대 앞으로 장소를 공지했지만, 이마저 ‘국회 경내에서는 의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어디서든 회견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고 취소됐다. 결국 박 전 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국회 정문 앞인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앞 보도블럭 위에서 진행됐다. 약한 ‘원내지지 기반’과 ‘당내 세력화’의 밑천이 당 대표 출마회견을 통해 드러난 셈이다.
박 전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몇몇 의원들이 소통관 대관을) 처음에는 수락했다가 같이 서야 한다니 부담느낀 (의원)분들이 있었고, 일정상 안되는 분들도, 마음 속으로는 지지하고 있다는 의원님도 있었다”면서 “더운 날씨에 더운 장소로 모시게 돼서 죄송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지현, "민주당의 썩은 곳 도려내야"
이날 박 전 위원장은 출마선언에서 “민주당을 다양한 목소리를 더 잘 들을 줄 아는 열린 정당, 민생을 더 잘 챙기고, 닥쳐올 위기를 더 잘 해결할 유능한 정당으로 바꾸기 위해 당 대표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저 박지현이 (민주당의) 썩은 곳은 도려내고 구멍난 곳은 메우겠다. 반드시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위선과 내로남불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당을 망친 강성 팬덤과 작별할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달라져야 한다. 민주당이 변하지 않으면 국민은 불행해진다”고 했다. 그는 “경험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그것이 곧 기득권이 되고 새로운 인물을 배척하는 정치문화가 만들어진다”고도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특히 “민주당의 몰락은 성범죄 때문이다. 성범죄는 무관용 원칙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거쳐, 민주당이 다시는 성폭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아직도 조국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다. 기득권이 됐기 때문”이라며 “조국을 넘지 않고서는 진정한 반성도 쇄신도 없다. 반드시 조국의 강을 건너겠다”고 했다.
후보 등록 반려 가능성 높지만 출마 강행할 듯
공식 출마 선언에도 박 전 위원장이 출마가 성사될 지는 불투명하다. 권리당원 자격이 없어 8·28 전당대회 후보등록이 반려될 수 있어서다. 앞서 당 지도부는 박 전 위원장의 전대 출마 자격을 논의한 결과 예외를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은 “반려 명분이 충분치 않아 받아들여질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상 당직이나 공직 피선거권을 가지려면 이달 1일 기준으로 6개월 이전 입당한 권리당원이어야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는 대선을 앞둔 지난 1월 당시 대선 후보이던 이재명 의원의 선대위에 합류하며 민주당에 발을 들였고, 공식 입당은 한 달여 후인 2월 중순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무위 차원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 비대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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