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방통위 양쪽 사업자 의견청취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구글의 인앱결제(앱마켓 자체 결제시스템 이용) 강제 정책을 두고 카카오와 구글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카카오가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정책에 반기를 들며 최신 버전의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파일 직접 배포에 나선 가운데, 이 설치 파일로 카카오톡을 깔면 구글 인앱결제 이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무부처를 향한 국회의 거센 비판 속에서 "실태점검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방송통신위원회도 두 사업자를 모두 불러 긴급 면담을 추진한다.
한상혁 위원장 "방통위, 내일 면담 추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6일 전체회의 개최 후 기자들과 만나 "양 사업자들이 긴밀한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고 우리도 의견을 청취하고 상황을 파악할 것"이라며 "내일 양쪽(구글·카카오) 임원들을 만나 의견 청취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회 등에서는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사후 실태점검 방침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위원장은 "저희들이 하는 일이라는 게 법으로 금지행위로 규정돼 있으면 사후 조치가 가능한 것"이라면서 "가령 사전에 못 말하도록 하고 사전 조치 근거 규정이 있으면 그렇게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는 일이 벌어지고 난 후 결과에 대한 조치를 하는 게 저희들 일"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생기는 이용자들의 불편이나 이런 부분을 어떻게든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되는 것 행정청의 당연한 의무"라고 부연했다. 내일 양 사업자들과의 만남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추진된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현업 부서 차원에서 구글·카카오 실무진들과 계속 논의를 지속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참석 인원이나 직급 등 구체적인 사항은 조율 중"이라고 설명했다.
APK로 설치하면 구글 결제 불가
카카오와 구글의 전쟁은 이달 초 본격화됐다. 카카오는 지난 1일 안드로이드용 카카오톡 9.8.6 버전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공지문을 띄워 "Daum(다음) 검색을 통해 카카오톡 최신 버전을 다운로드 받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일시적으로 인앱 결제 이용이 불가하다"고 공지했다.
카카오는 또 웹결제 아웃링크를 게재하며 "카카오톡 이모티콘샵에서는 언제든 구매가 가능하며 (구글 인앱결제보다) 2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내용의 공지는 카카오톡 하위 버전(v9.8.0)에선 보이지 않는다. 앞서 카카오는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위해 구글 측에 심사를 요청했지만 지난달 30일 구글은 카카오톡 앱 최신 버전의 심사를 거절했다.
구글의 카카오톡 앱 심사 거절은 카카오가 구글 인앱결제 강제화 방침을 거스르고 일부 유료 콘텐츠(카카오톡 이모티콘)에 대해 저렴한 가격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웹 결제’ 아웃링크를 유지한 데 대한 보복 조치다.
구글 플레이를 통해 업데이트가 불가능해지자 카카오는 임시방편으로 직접 카카오톡 안드로이드 버전 앱 설치 파일(APK)을 배포하고 있다. 카카오가 운영중인 포털 ‘다음’에서 카카오톡을 검색하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최신 다운로드’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APK 파일 설치를 통해 버전업을 하게 되면 인앱결제가 불가능해지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구글이 인앱결제를 막은 것도, 카카오가 웹결제를 강제하기 위한 것도 아닌 단순 기술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뜻밖의 가격 경쟁
v9.8.6 버전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무조건 웹결제를 통해서만 이모티콘 구매를 할 수 있게되자, 구글이 재반격을 가했다. 구글 인앱결제 시 유료 콘텐츠 2000원 가격 할인(2000원 이상 구매·1회 한정)에 나서면서다.
아직 인앱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톡 하위 버전에선 2500원짜리 이모티콘을 5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카카오톡 웹결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모티콘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구글이 카카오톡을 겨냥해 할인 행사에 나선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아직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 카카오톡 하위 버전 유지를 강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2000원~2500원 선에서 판매되는데, 구글의 2000원 가격 할인은 굉장히 파격적"이라며 "할인 가격 책정에서 카카오를 의식했다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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