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회장 취임 4주년 경영평가
재계 "군살빼고 내실다졌다" 호평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군살을 빼고 내실을 다졌다."
'실용주의'를 기치로 내건 구광모 호(號)의 4년 간 경영에 대한 평가다. 구 회장은 미래먹거리인 전기자동차, 인공지능(AI) 투자는 늘리고 만년적자였던 모바일과 태양광 패널 사업 등은 과감히 접는 등 그룹의 체질 개선에 방점을 뒀다. 취임 후 회사의 자산총액도 크게 늘며 외형도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오는 29일 회장 취임 4주년을 맞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5월20일 타계한 고(故) 구본무 전 회장에 이어 총수 자리에 오른 뒤 과감한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 등으로 주목받았다. LX그룹과의 계열 분리를 마무리짓고 전기차 배터리와 전장,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고부가가치 사업 위주로 체질 개선을 확실하게 해냈다는 평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LG그룹의 공정자산총액은 167조5000억원으로 구광모 회장 취임 첫 해인 2018년 123조1000억원보다 36.1% 늘었다. 같은 기간 계열사는 70개에서 73개로 3개 늘긴 했지만 2019년 75개와 비교하면 2개 줄었다. 즉, '몸집 불리기'만 한 것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구광모 회장 부임 초 LG는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의 모바일(MC), 태양광 패널 사업 철수 등 구조조정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엔 전기차 충전·배터리·부품(전장)을 수직계열화 해내면서 평가받고 있다. '돈 되는 사업'은 확실하게 투자하고 적자 사업은 단호하게 끊어낸 것이다.
구 회장의 경영 성공 사례 중 철수 전 누적 영업 적자 5조원을 기록했던 MC 사업부를 지난해 철수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MC 사업부를 끊어냈다는 것은 LG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직결되는 스마트폰을 버리고 수익성을 확 끌어올리겠다는 의지 표현이었다. 지난 23일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으로 LX그룹과 공식 이별한 것도 관심거리였다. 공정위조차 "LG는 전자·화학·통신서비스, LX는 반도체·물류·상사로 독립·책임 경영이 강화될 것"이고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 구조가 명확해질 것"이라 밝혔다. 결별을 선언한 지난 한해 LX그룹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13% 늘어난 1조2591억원을 기록하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는 평이 나왔다.
군살만 뺀 것이 아니다. 부임 후 두 달 만에 LG전자가 약 1조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 차량용 헤드램프 제조사 ZKW를 인수했다. 이 인수는 4년이 지난 지금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차량전장·VS 사업본부)-이파워트레인(합작법인 LG마그나)-충전 인프라(스타트업 애플망고 인수)-전기차 배터리 5각 생산체계 구축(LG에너지솔루션-제너럴모터스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중심)'이란 탄탄한 전기차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는 초석이 됐다. 이외에 주력 사업인 OLED, 로봇으로의 사업 재편 속도를 높여 삼성 현대차 SK 등 다른 4대 그룹을 비롯한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과의 신사업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구 전 회장 타계 후 한달 여만에 회장직에 오른 데다 20년 넘게 투자를 이어오던 2차전지 부문의 중국 추격 등 경영 상황이 만만찮았던 배경을 고려하면 구 회장은 스타트를 잘 끊었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전기차 부문은 완성차와 배터리 셀 업체 간 수직계열화 여부와 기업 간 합작법인 및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시장 점유율 쟁탈전 등이 치열한 전쟁터다. LG가 이 부문 투자를 피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축을 해냈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대기업집단이라 해도 한정된 자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잘하지 못하면 위기에 빠질 정도로 산업재편 속도가 빠른데 전기차 포트폴리오를 탄탄히 구축한 것을 보면 4년간 구 회장 체제에서 LG그룹이 선택과 집중을 잘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구 회장의 LG그룹이 MC 사업부와 태양광 부문을 정리하고 전기차 밸류체인을 구축한 것은 선대회장과 다른 구광모호의 색깔을 갖추면서도 선택과 집중을 잘한 케이스"라며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전략적 사업구조 재편의 사례"라고 평가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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