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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던져 연인 살해…피해자父 "지금도 제 며느리, 용서한다" [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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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기 던져 연인 살해…피해자父 "지금도 제 며느리, 용서한다" [서초동 법썰] 지난해 11월6일 새벽 흉기를 던져 연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의 항소심 재판에서 피해자의 아버지가 선처를 호소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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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드신 분 누구세요?"(판사)

법정에서 거듭 손을 드는 남성에게 서울고법 형사13부 재판장 최수환 부장판사가 물었다. "저는 피해자의 아버지입니다." 마이크를 전달받은 남성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의 아들을 살해한 예비며느리 A씨(27·여)의 항소심 재판이었다.


남성은 피고인석을 가리켜 "저 아이도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습니까"라며 "제발 저 아이 좀 용서해주십시오. 제가 먼저 용서했습니다"라고 흐느꼈다.

◆가벼운 말다툼에서 시작된 싸움… 날아든 흉기에 참사

지난해 11월6일 새벽 3시쯤 경기도의 한 오피스텔. A씨의 생일을 축하하고 서로를 소개할 겸 B씨(당시 26세)의 친구 집에서 열린 술자리가 한창이었다. A씨와 B씨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그런데 술기운이 오른 A씨가 B씨의 손등을 깨물었고, B씨가 크게 화를 내며 말싸움이 시작됐다. 이는 손찌검을 넘어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A씨는 자신을 강하게 때린 B씨에게 격분했고 급기야 B씨의 친구 집 부엌에서 흉기를 꺼내 들었다. A씨가 "사과하라"며 흉기를 휘둘러 B씨는 이마와 손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B씨도 계속 달려들어 싸우려고 했다. 친구가 양팔을 벌려 둘을 떼어내려고 애썼다. 그때 흉기가 B씨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A씨가 던진 것이었다. 친구가 즉시 신고했지만, B씨는 그날 새벽 6시25분쯤 세상을 떠났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건 당시 A씨와 B씨 사이의 거리는 185㎝, 중간에 끼고 있던 현관 중문의 폭은 69㎝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의 친구는 수사기관에서 "둘 사이를 막고 있을 때 얼굴 앞으로 뭔가 날아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A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은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에게 살해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판단하면서 심신미약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B씨가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서도 흉기를 던졌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쓰러진 피해자에게 인공호흡을 하거나 119에 신고해 구호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며 "스스로를 책망하면서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죄가 밉지, 사람이 미운 게 아니다"… 피해자 아버지의 선처 호소

1심 판결에 불복해 검사와 A씨 측 모두 항소했다. 검사는 "좁은 공간에서 연인인 피해자의 가슴을 향해 흉기를 세게 던져 살해한 중대 범죄"라며 "원심의 형량은 너무 가볍다"고 말했다.


반면 A씨의 변호인은 "피해자가 참 안타깝다. 사소한 사랑싸움이 너무 어처구니없고 허무한 결과로 이어졌다"며 "피고인은 어떤 형기든 달게 받을 마음이지만, 피해자를 살해의 의도가 꿈에도 없었다는 점만 인정받으면 좋겠다고 한다"고 강조했다.


B씨의 아버지 역시 항소심 법정에 나와 피해자 유족으로선 이례적으로 선처를 호소했다. B씨의 아버지는 "저 애기는 지금도 제 며느리입니다. 우리 아들하고 불행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평생 제 며느리로 살았을 것"이라며 "죄가 밉지, 사람이 미운 게 아니다" "한순간 잘못된 실수로 저 아이는 평생 가슴 아프게 살아갈 것"이라고 흐느꼈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본 모든 분께 정말 죄송하다. 피해자한테도 너무 미안하다"며 "아버님도 너무 마음이 아프실 텐데 저를 위해 애써주셔서 너무 죄송하고 감사하다"고 오열했다. "매일 반성하면서 아버님 어머님, 부모님께 받은 은혜를 다 갚으며 살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항소심 선고기일은 내달 14일이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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