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예은 기자] 전날 대구 수성구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발생한 화재의 용의자 천모씨(53)는 자신의 경제 상황에 맞지 않게 과도한 투자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용의자 천씨는 2013년 수성구 범어동 신천시장 인근에 추진 중인 주상복합아파트 시행사에 6억8000여만원을 투자했다.
천씨는 사건 현장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수성구 범어동의 5층짜리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는 1982년 준공돼 매우 낡은 편이어서 전체 90여 가구 가운데 집 주인이 사는 아파트는 30가구 안팎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임차인이 월세 또는 전세로 사는 곳이다. 재개발 가능성이 커 임대 형태도 월세가 많은 곳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천씨가 살았던 아파트는 47㎡(약 16평) 규모다. 방 2개, 거실과 붙은 주방이 있는 구조다. 같은 동(棟)에서도 천씨의 집은 면적(평형)이 가장 좁다. 같은 동 다른 집들은 80㎡이고, 옆 동은 59㎡ 규모로 알려졌다.
이 규모 아파트의 월세는 평균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 정도로 부동산 중개업소는 보고 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천씨는 2014년 수성구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는 시행사와 투자약정을 하고 모두 6억8000여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시행사의 초기사업 비용 조달을 위해 첫 투자금으로 3억2000만원을 투자한 뒤 이후 10차례에 걸쳐 3억6500만원을 추가로 더 투자했다.
하지만 사업이 지연되면서 손해가 불어났고 천씨는 시행사와 시행사 대표 A씨를 상대로 자신이 투자한 금액 일부(5억3000여만원)와 지연 손해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시행사가 천씨에게 투자금과 손해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시행사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천씨는 지난해 A씨를 상대로 다시 약정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A씨의 법률대리인이 배모 변호사였다.
하지만 법원이 "(A씨가 시행사의)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하면서 천씨는 1심에서 패소했다.
경찰은 천씨가 이 때문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배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배 변호사는 전날 경북 포항으로 출장을 떠나 다행히 화를 면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씨의 해당 사업 투자 이전 재산 상황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고, 현재의 거주지 상황만을 고려하면 천씨는 전재산을 주상복합아파트 신축에 투자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채무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서는 천씨가 특별한 직업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금 뜨는 뉴스
한편 해당 화재로 건물 안에 있던 변호사와 직원 등 7명이 사망했다. 또 49명이 화상을 입거나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으로 3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나예은 기자 nye87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