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4.0시대]②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임금 문제 놓고 '몸살'
[아시아경제 강나훔 기자, 이승진 기자]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연봉, 경력을 보장하는 구글,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임금 문제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연봉을 조금만 더 올려준다는 기업으로 이직하고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자연스럽게 임금은 올라간다.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거액의 연봉과 성과급이 집중되고 있다는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전체 임금 비중에서 직무, 직책에 대한 보수 비중이 늘어나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집중되고 있지만 여전히 격차는 크다.
동종업계와의 임금 비교도 골칫거리다. 특히 최근 수년간 빅테크들의 실적이 급격하게 상승했지만 임금과 성과급의 상승률은 이에 미치지 못하자 "보상이 너무 적다"는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설상가상으로 개발자, 디자이너 등 ICT 인력 수요가 급증하며 마치 경쟁하듯 임금을 올리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비슷한 업무를 하는 경쟁사 직원들의 임금이 더 높다면 주저 없이 사표를 내고 임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옮긴다. 때문에 성과 평가 제도를 새롭게 개편하고 경쟁사보다 더 높은 급여를 주기 위해 기본급 자체를 올리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직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경쟁사 임금이다 보니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이들 기업들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글로벌 IT업계, 10명 중 3명만 "현재 회사에 남겠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40개국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IT업계 종사자 중 현재 직장에 남아있을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9%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이 퇴사나 이직을 염두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연봉 문제는 이러한 퇴직 및 이직 경향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월급 많이 주기로 소문나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구글이 올 초 직원들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선 회사의 급여와 상여금 등 보상체계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 설문조사에서 구글 직원들의 46%만이 "다른 회사의 비슷한 일자리와 비교했을 때 구글의 보상이 경쟁력이 있다"고 답변했다.
구글의 경우 개인별 목표 설정과 성과관리가 수시로 이뤄져 왔다. 평가 시에는 직원 1명당 약 7명 이상의 직원이 평가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게 한다. 이렇게 1년에 몇 번씩 하위 5% 직원들을 가려내고, 이를 통보한다. 이후에도 업무 효율이 좋지 않으면 타 부서로의 이동을 권고하고, 그 후에도 효율이 좋지 않으면 회사에서 퇴출하는 방식이다. 성과가 좋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
이러한 성과·직무 중심의 임금체계는 지나친 임금 격차를 파생한다는 부작용도 있다. 구글 직원들의 불만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성과에 따른 과도한 임금 격차는 보다 많은 임금을 받는 일부 구성원만 동기부여를 시키고 그렇지 못한 대부분의 구성원은 오히려 사기 저하를 초래하기 쉽다는 분석이다.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가 지난해 7월 발간한 연례 '경영진 보수감시 보고서'에 따르면 S&P 500지수에 포함된 기업의 CEO는 2020년 평균 1550만달러(약 178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반면 일반 직원들은 4만3512달러(4900만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이 지난 10년간 매년 26만달러(2억9000만원) 이상의 증가세 보인 반면, 같은 기간 일반 직원은 연평균 957달러(100만원) 증가에 그쳤다.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는 299배에 달한다.
지난 3월 열렸던 구글 임직원 화상회의에서도 급여가 너무 적다는 직원들의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급여에 대한 만족도가 지난해 대비 가장 많이 하락했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직원들의 질문에 대해 브렛 힐 구글 총보상 담당 부사장은 "현재 구인 시장은 경쟁이 아주 치열하고 여러분은 아마 다른 회사에서 더 나은 제안을 받은 동료들의 사례를 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느끼는 것 같다"고 답하며 진땀을 흘렸다.
불꽃 튀는 연봉 인상 경쟁
구글은 이같은 직원들의 불만들을 고려해 성과평가제도를 개편, 급여를 올려주기로 한 상태다. 새로운 직원 평가 시스템인 GRAD(Google Reviews And Development)를 도입, 지금까지 1년에 2번이던 평가를 1번으로 제한하고, 동료 평가에 큰 비중을 두던 것을 매니저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 등 평가 절차를 효율화 하기로 했다.
이전 평가 시스템에서는 매니저와 동료들의 집단평가가 승진에 중요한 요인이었지만 새 평가 시스템에서는 경영진의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 또 승진을 신청할 때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평가를 받아 채워 넣어야 했던 긴 양식도 없애기로 했다. 구글은 이같은 절차가 도입되면 구글 직원 대다수가 과거의 인사평가 시스템 때보다 더 높은 급여를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글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빅테크 기업들도 수준급 개발자 수급과 유지를 위해 연봉 인상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넷플릭스는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 지급을 약속한 상태다. 각 직원이 경쟁사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추산해 그 중 최고액을 책정하기로 했다. 또 회사가 재정난을 겪더라도 직원에게 연봉 삭감을 제안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넷플릭스의 이러한 정책은 직원들의 성과를 담보로 한다. 실적이 나쁘면 바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넷플릭스는 미국 내 본사 전체 인력의 약 2%에 달하는 150여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했는데, 이 중엔 고위직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다. 넷플릭스 측은 "개별 직원의 성과 때문이 아닌 회사 차원의 비용 절감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정말로 성과가 좋은 직원이었다면 해고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가운데 연봉이 짜기로 소문난 아마존도 올해 개발자와 본사 사무직 등 일부 직군을 대상으로 기본급을 대폭 인상하기로 했다. 16만 달러인 기본 연봉 상한을 2배 이상인 35만 달러로 올리기로 했다. 기본 연봉 외에도 입사시 일시금과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등도 포함되기 때문에 실제 지급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측은 "2021년 노동시장은 특히 경쟁이 치열해, 다양한 옵션을 철저히 분석했다. 회사 사업의 경제성과 우수한 인재 유지의 중요성을 고려해 보상 수준을 평소보다 크게 끌어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임금4.0시대]
①"임원이라고 왜 성과급 더 받나요"…임금갈등, 세대 갈등으로
②"임금 안올려주면 경쟁사 갈래"…美 빅테크 직원들도 "보상 적다" 불만
③"10년차→20년차, 임금 확 올라" 뿌리 깊은 호봉제…韓 임금체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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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오성수 gujasik@asiae.co.kr, 인포그래픽=이진경 leejee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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