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핀테크 파워 업 (Power Up)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생체인식, 클라우드컴퓨팅, 분산원장기술, 머신러닝, 로봇공학 등 기술의 발전은 금융과 결합해 금융혁신을 가속하고 전체 금융서비스는 물론 금융 비즈니스 모델에 큰 영향을 준다. 극단적인 경우 기존 금융회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되고 새로운 형태의 비금융기업에 의해 핵심 기능이 영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금융기업 중 데이터 축적과 분석·활용에 특화된 기업에 의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온라인에서는 고객과의 접점이 실시간 이루어지고 다양한 정보를 통합해 금융 수요와 서비스 혁신을 촉진해 신속하게 새로운 형태의 고객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다면시장과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플랫폼일수록 유리하다. 바로 이것이 금융회사나 핀테크 기업 모두 플랫폼화를 지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들도 금융회사와 협업이나 협력을 통해 플랫폼화를 고도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복제(copy-cat) 가능성으로 양자 간의 장기적인 관계가 지속된다고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간 핀테크에 기대한 효과 중 하나는 기존 금융서비스를 활용하지 못했던 금융소비자에게 접근성과 포용성을 높일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인구 감소, 소규모 사업자의 경영 지원자원 부족 등 사회·경제적 측면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가 컸다. 또한 정보분석력과 활용도, 인터페이스 등의 고도화를 통한 고객과의 관계·소통 강화도 기대되었다. 고도의 분석기법을 활용해 고부가가치의 새로운 정보 생산 및 이로 인한 금융상품·서비스의 가격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도 기대됐다. 사회·금융에 미치는 긍정적 기대효과는 핀테크 기업에 대한 활발한 자금조달과 투자유치로 이어졌다.

궁극적으로 핀테크에 기대하는 것은 고객이 구하는 상품·서비스를 보다 편리하고 적절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간편하고 쉽게 고객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끊김없이 일관된 옴니채널을 제공하며 고객과 소통하고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과정에 고객(금융소비자)의 참여가 필수이다.

핀테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금융소비자의 수요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고 이를 해결하는 최적의 기술(Tech)을 활용하여야 한다. 이미 금융소비자의 수요를 파악하는 인프라는 제도적으로 마이데이터·오픈뱅킹·마이페이먼트를 통해 제공되었다.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의 비효율을 그대로 수익화하는, 예컨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외부에 판매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고객이 원하지 않는 불초청 권유나 광고의 홍수에 피곤하게 하는 것은 핀테크의 본질과 멀다.

저금리·저성장·고령화 등 성장 여력이 제한된 환경이 예상되면서 어떤 방식으로 성장할지에 대해 핀테크의 고민이 깊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디지털화, 해외 진출, 대형화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지만 핀테크 기업들은 자본 규모와 인적 자원 등에서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존 금융산업의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과 포용성을 높여 금융소비자의 효용을 증대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 적극적으로, 더 빠르게 금융소비자 경험과 지원 그리고 케어(care)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핀테크 기업의 진정한 파워 업을 기대한다.

안수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