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인터뷰
고등교육 재정문제는 尹정부 당면과제
대학생 공교육비, 초·중등학생보다 낮아
국회서 재정확충·투자 이유 강조할 것
폐교위기 사립대 구조개선도 강조
정시확대 대학 자율성 존중해야
홍원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경북대 총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교협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지난 13년간 동결된 ‘등록금 자율화’를 꼽고 "등록금 규제를 풀어 서울권역 대학은 더 많이 받게 하고, 정부 지원금은 오히려 어려운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극심해진 대학들을 위해 고등교육 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문제의 심각성은 정치권도, 교육부도 인지하고 있지만 누구도 선뜻 손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고등교육 재정 문제를 국정 과제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고등교육세 신설이나 특별법 제정이 어렵다면 정부의 ‘등록금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는 것이 홍 회장의 생각이다.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장학금에는 국가장학금 Ⅰ 유형(소득연계형 장학금)과 국가장학금 Ⅱ 유형(대학 자체 노력 연계 장학금) 등이 있다. 홍 회장은 "자유롭게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물가상승분만큼만 인상해도 국가장학금 2유형으로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 경북대의 경우 등록금 인상분으로 묶인 금액이 단순 계산하면 100억원, 국가장학금 2유형으로 받는 금액이 60억원 수준"이라며 "정부 지원금은 항목 변경이 어렵다. 기자재 등에도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런 여건에서는 투자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 문제 해법은.
△고등교육법 제11조에서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 범위에서 등록금 인상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등록금 인상을 국가장학금 2유형 지원 등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해 등록금 자율책정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법으로 보장하는 것을 행정적으로 규제하는 상황이어서 개선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는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입학자원이 42만명이었고 2024년에는 40만명, 2040년에는 28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립대학은 등록금 수입의 감소 상황에서 고정성 경비인 인건비와 관리운영비 증가로 대학 경영의 어려움이 크다. 대학의 재정과 운영을 제한하는 관련 규제를 풀고 세제 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 대학재정을 확충하면서 운영을 지원해나가야 한다. 등록금 문제는 사회 인식 개선도 필요해 정부, 지역사회, 국민들과 소통하며 대학 현실을 설명하며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현실화돼 가고 있다.
△2021학년도 4년제 대학의 정원내 신입생 충원율은 90.2%였지만 권역별 충원율은 차이가 있었다. 수도권 95.7%, 대구·경북·강원권 91.2%, 부산·울산·경남권 91.1%, 호남·제주권 82.2%, 충청권 81.8%였다. 정원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도 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비 상당수가 수도권 대학에 쏠린다. 2020년 산학협력단회계 보조금 72.3%가 수도권 대학으로 갔다.
벚꽃이 남쪽부터 진다면 서울도 언젠간 질 것이다. 혁신지원사업비처럼 200개 대학을 줄 세워서 나눠주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재학생이 3만명 넘는 대학과 1000명인 학교에 같은 기준을 둬선 안 된다. 거점대학은 지원을 배제하더라도 혁신적 방안을 가진 재정이 어려운 대학부터 지원해야 한다. 특성에 맞게 그룹을 나누어 지원하는 방안 등이다.
-대교협이 제안한 ‘고등교육재정지원특별법’이 국정과제에서 빠졌다.
△대선 후보 공약 중에도 고등교육 관련 내용은 거의 없었다. 고등교육 이슈는 안티가 더 많다. 정답이 없고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국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의 고등교육 투자는 주요국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초·중등학교보다 낮았다. 초·중등학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안정적 재정 확보가 가능하지만 고등교육은 비합리적 재원 배분과 단년도 단위사업별 예산 편성으로 한계가 크다. 고등교육재정의 재원은 현행 교육세를 ‘고등교육세’로 전환해 안정적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에 고등교육재정 확충과 투자 필요성을 강조하겠다.
-재정위기로 한계에 직면한 대학들의 퇴로를 터주기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한가.
△지방 사립대의 한 총장은 학교가 퇴출 받는 방법을 알려달라고도 했다. 어떤 지방대는 제재를 받고 어려워지면서 교수가 30명밖에 남지 않았다. 학생 한 명만 남아도 끝까지 버티려는 학교들도 있다. 학생들은 반기겠지만 교수나 교원들이 문제다. 또 학교가 폐교하면 재산이 교육부에 귀속되게끔 되어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28개 시군구의 지역소멸위험단계를 기반으로 산출한 결과를 보면, 지역소멸위험이 큰 24개 지역에 35개 대학이 있다. 새 정부는 폐교 위기에 있는 한계 사립대학의 구조개선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회생이 어려운 대학은 폐교와 잔여재산 청산 등 대학의 퇴로를 제공하는 한계대학 종합관리 방안을 마련해서 지역의 건전한 고등교육생태계는 유지시키도록 해야 한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에 대한 지방대들의 관심이 큰 이유는.
△RIS는 예산 규모가 엄청나다. 1년 예산이 지방정부 부담분을 포함하면 680억원에 달한다. 10개 권역 중 4개 권역에서는 아직 참여하지 못했다. 경북대도 3수 끝에 올해 겨우 진입했다. 교육부가 ‘평생교육’을 학령 인구감소의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평생교육이 대학 근간의 수익원이 되는 것이 아직은 불가능하다. RIS는 대학 혁신으로 지역혁신을 달성하는 것인 만큼 지역의 주력산업 인재양성을 위해 대학교육혁신을 추진하고, 대학 주도로 기술개발·기업지원 등 지역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과제를 수행한다. 대구·경북의 경우 지자체 대응자금을 30% 이상 투자하도록 정하고 있고 두 지자체 모두 시도비를 적극 투자하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
-새 정부 정시확대 공약에 대한 의견은.
△지방은 수시를 100%로 하는 곳도 있다. 서울 소재 대학들은 정시를 더 늘리고 있다. 그만큼 좋은 학생들을 뽑으려는 의도지만 무조건 나쁘게만 볼 순 없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학이 처한 상황이 다른 만큼 정부가 특정 모집 시기의 비중이나 특정 전형의 비중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이 사교육에 치중하지 않고, 고등학교의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전형을 설계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맞물려 지역 대학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재의 여건에서는 더욱 대학의 특성에 맞게 전형설계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의 자율성이 존중돼야 한다.
◆홍원화 대교협 회장은…
▲1963년생 ▲경원고 ▲경북대 공학 학사 ▲와세다대 공학 석사 ▲와세다대 공학 박사 ▲일본건축학회 정회원 ▲대한건축학회 정회원 ▲한국건축가협회 정회원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 교수 ▲건설교통부 신도시건설 자문위원회 위원 ▲경북대학교 공과대학 부학장 ▲경북대학교 산업대학원 부원장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공학기반단장 ▲경북대학교 공과대학장 겸 산업대학원장 ▲제19대 경북대학교 총장 ▲제26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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