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 "빠른 시일 내 진상규명 결과 발표할 것"
[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벌거벗은 산을 그 어린 원생들이 나무로 채워 넣었습니다.” 김영배 선감학원아동피해대책협의회 회장은 과거 민둥산밖에 없었던 선감도 사진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들에게 보여줬다. 아울러 김 회장은 선감학원의 축사와 누에고치를 키우는 양잠 등도 원생들이 밤잠 설치며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기서 생기는 이익들이 원생들에게 떨어졌다면 분노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아이들은 철저히 착취당했다”고 말했다.
28일 진실화해위는 정근식 진실화해위 위원장과 위원 7명이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선감학원 현장을 둘러봤다고 이날 밝혔다. 위원 모두가 과거사 관련 현장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현장 답사에 앞서 30분 동안 선감학원 사건의 피해자였던 김 회장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정진각 안산지역사연구소 대표의 안내와 함께 선감역사박물관과 수용시설 옛터, 희생 아동 위령비, 희생자 묘역 등 현장을 둘러봤다.
선감학원 피해자는 아직도 폭력의 현장을 잊지 못한다고 증언했다. 김 회장은 “바다를 건너다가도,구타를 당하다가도, 영양실조로도 얼마나 죽었는지 모른다”며 “국가의 폭력 때문에 많은 피해자가 인생 망쳐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여전히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원생들이 묻힌 공동묘지 앞에서 정 대표는 “150여명의 원생들이 묻힌 것으로 알지만 아직 제대로 파보지도 못했다”며 “이 일대 산까지 범위를 넓혀서 발굴한다면 더 많은 유해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피해자 신원이 얼마나 확인될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논의 후 발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감학원은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소년병을 동원할 목적으로 설립한 시설이다. 하지만 광복 이후에도 독재정권이 아동 및 청소년을 강제로 수용해 노동력을 착취하던 공간으로 쓰였다. 피해 신청인 가운데 절반가량은 보호자가 있으면서도 수용 과정에서 보호자 동의 없이 강제로 수용되기도 했다.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운영했던 주체는 경기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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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는 향후 ▲권위주의 정권 시기 요보호 아동 정책 법리적 문제 ▲단속과정에서 작동한 공권력의 구조적 원인 ▲선감학원 운영실태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정 위원장은 “국가가 보호대상인 사회적 약자를 부랑아로 만들어 인권을 침해했다”며 “위원들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만큼 빠른 시일 내 진실규명의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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