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충격 올해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으로…임금·물가 악순환 우려↑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높은 물가 상승세와 고용회복이 지속될 경우 올해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노동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물가상승이 임금상승으로 이어지는 이차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가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 병목, 수요회복 등의 영향으로 3월 4.1%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명목임금도 기저효과, 고용시장 회복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4.6% 상승하며 펜데믹 이전 수준(2017~2019년 중 4.0%)을 상회했다.

지난해 임금상승률을 항목별로 보면 특별급여의 기여도가 크게 늘어났으나 지난해 후반기로 갈수록 정액급여의 기여도가 점차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고서는 "임금변화의 지속성이 높은 정액급여의 기여도는 2021년 2.6%포인트로 팬데믹 이전 수준(2017~2019년 중 3.6%포인트)을 하회하고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나타난 증가 모멘텀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수시로 지급하는 특별급여가 아니라 정액급여가 높아진다는 점은 임금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들어 임금 상승세가 여러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임금상승률도 빠르게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들은 대체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고용지표들도 개선되면서, 노동시장 내 주요 여건이 임금상승 압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물가충격이 4분기의 시차를 두고 임금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며, 이런 시차는 1년 단위의 임금협상 관행, 노동시장의 경직성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세는 하반기 이후 임금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임금충격은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특정 품목 물가(외식제외 개인서비스)에만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상승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면서 "물가상승→임금상승→물가 추가상승의 악순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