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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누명' 야구 유망주? 판사 "운동부 관행 끊어야" 일갈 [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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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까지 간 고교 야구부 '학폭' 논란
가해자 측 "피해자가 징계 원치 않는다" 항변
1심 "입시 체육계, 위계 강하고 피해호소 어려워… 징계 적절"

'학폭 누명' 야구 유망주? 판사 "운동부 관행 끊어야" 일갈 [서초동 법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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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2020년 1월. 대구의 한 고등학교 야구부 예비신입생들이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고등학생 선배들과 만났다. 입단에 한껏 설렌 그들에게 선배들은 '얼차려'를 시켰다. 선배 하나는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고 슬리퍼로 후배들을 때렸다. '선배에게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는 게 가혹행위의 이유였다.


고교 내 학교폭력전담기구가 열렸다. 야구 유망주 고등학생 A군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 그는 '슬리퍼를 든 선배'로 지목됐다. 다만 고교 측은 사안을 자체 종결하기로 했다. 가해 학생들이 공개 사과했고 피해자, 학부모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제동을 걸었다. 산하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직권 재심사를 결정하고, 회의를 열어 지난해 1월27일 A군에게 징계를 통보했다. 고3 시즌을 앞두고 1년간 '자격정지'였다.


A군은 억울하다고 했다. 지난해 말 한 방송사 뉴스에서 "학교 측이 사실 관계 확인도 없이 '학폭 가해자'라고 해 당황스럽다"고 인터뷰도 했다. A군의 부모는 KBSA를 상대로 징계의결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군 측은 재판 과정에서 "야구부 주장인 선배의 명령에 얼차려를 지시했을 뿐 후배들 머리를 때린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KBSA가 사실관계를 충분히 조사하지 않아 처분이 절차상 위법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피해 학생들 측이 A군의 징계를 원하지 않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문성관 부장판사)는 최근 A군에 대한 KBSA의 징계가 적절하다고 판결했다.


A군이 당초 학교폭력전담기구 등에서 폭력행위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고, 징계 당일 아버지와 위원회에 출석해 위원들에게 당시 폭력행위의 일시, 경위 및 행위 등에 관해 입장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판단에서다.


재판부는 "비록 이러한 폭력행위가 야구부 내 관행이었고, A군이 선배의 지시를 따랐다고 해도, 학교 운동부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지는 폭력은 피해 학생들의 육체적·정신적 성장과 진로 설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시 체육계의 특성상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강하고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뒤따른다"며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원고의 징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이 사건 징계처분이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또한 판결문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체육계 내에서 관행적으로 반복돼 온 폭력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등을 고려할 때 위원회 징계 양정기준에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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