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셰바즈 샤리프 신임 파키스탄 총리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균형외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위기에 놓인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재건하는 한편, 망가진 파키스탄의 대미 외교도 손 볼 것으로 관측된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임란 칸 전 총리가 불신임 투표로 해임된 이후 선출된 샤리프 총리가 당선 후 첫 연설에서 중국의 경제무역 전략인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따른 핵심 사업의 조속한 개발을 위한 포퓰리즘적 대책을 내세웠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외환보유고 감소와 루피화 약세로 압박받고 있는 파키스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투자활성화에 나서겠다면서 최저임금과 공무원연금 인상안을 밝혔다. 그는 총선 후 의회 의원들에게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훌륭한 정책을 통해 파키스탄을 투자 천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통신은 이 같은 계획이 일대일로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초석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칸 전 총리의 집권 전에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부인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당시 그는 "CPEC를 신속하게 개발하겠다"면서 중국을 '전천후 친구(all-weather friend)'라 표현하기도 했다.
통신은 의회의 반응을 인용해 샤리프 신임 총리에 대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또는 파키스탄군 사이의 관계 균형을 유지하는 능숙한 사람’으로 묘사했다. 과거 샤리프 총리와 함께 일했던 미프타 이스마일 전 재무보좌관은 "그는 모든 국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을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친중 성향' 칸 전 총리의 지지세력을 향해 샤리프 총리는 지난 2일 "진정한 독립은 자립에서 나온다"면서 파키스탄 경제를 위해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도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권의 개념은 ‘피, 땀, 눈물’ 없이는 얻을 수 없고, 경제적 주권 없이는 불완전하다"고 강조했다.
펀자브주 주도 라호르의 부호이자 정치 명문가 출신인 샤리프 총리는 3차례 총리를 역임한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동생이다. 그는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펀자브 주의 총리를 3차례 역임한 경험이 있으며, 2018년 3월부터는 형에 이어 파키스탄 무슬림연맹(PML-N)의 총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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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파키스탄에서는 지금까지 5년 임기를 다 채운 총리는 한 명도 없었으며, 불신임 가결로 퇴임한 이는 칸 전 총리가 처음이었다. 샤리프 총리는 다음 총선이 열릴 내년 8월께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되는데, 일각에서는 샤리프 총리가 조기 총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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