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지역구 둔 송영길, 서울시장 출마 선언
"송영길 출마로 여러 카드 무산"
"'86 용퇴론' 대국민 설명 필요" 당내 갈등 격화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를 두고 당내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대선 패배 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불과 20여일 만에 출마를 결심한 송 전 대표를 향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역 살림을 책임지는 지자체장을 뽑는 선거에 이른바 '송영길 차출론'을 들어 출마하는 것은 '명분도 없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대선 패배 후 성찰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기보다는 자중지란에 휘말린 형국이다.
송 전 대표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주소를 인천에서 서울 송파구로 이전한 사실을 전하면서 사실상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송 전 대표는 "저에게 서울시장에 출마하라는 많은 분의 강한 요청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고민의 시간 속에 '당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라도 출마할 준비를 해달라'는 윤호중 비대위원장의 말씀을 들었다"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오직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당원으로서 직책과 직분을 가리지 않고 헌신하겠다"며 "이것은 제 개인의 정치적 진로의 문제가 아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당원과 지지자들의 아픔을 달래고, 어떻게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승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송 전 대표의 출마 결심에 당내에선 즉각 반발이 나왔다. 송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당 쇄신책의 일환으로 '86(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용퇴론'을 내세웠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다음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아니었지만,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사퇴한 지 한 달도 안된 시점에 출마 선언을 한 것은 기존에 했던 선언들을 무색하게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우상호 의원은 4일 T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송영길 전 대표의 출마 선언이 결국 (서울시장 후보군의) 여러 카드를 다 무산시켰다"며 "바깥에 있는 참신한 분이 그 당의 유력한 당대표가 딱 앉아서 경선하자고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들어오느냐"고 비판했다.
김민석 의원은 송 전 대표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한 지 얼마 안 돼 큰 선거의 후보를 자임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 동일 지역구 연속 4선 출마 금지 약속을 선도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촉발했던 86 용퇴론에 대한 대국민 설명과 양해가 필요하다"며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에 명분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주민 의원은 B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했던 지도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복귀하겠다고 얘기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송 전 대표는) 원래 서울 지역 출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송 전 대표는 5선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 모두 인천 계양에 지역구를 뒀으며, 2010~2014년에는 인천시장을 맡았다. 정치 경력 대부분을 인천에서 쌓은 송 전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는 납득하기 어려울뿐더러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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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대표는 당내에서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공천 관리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표했을 뿐 당내 갈등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5일 YTN라디오에서 "송 대표의 출마는 본인 결심 문제"라며 "지도부는 출마하려는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고, 그 과정을 통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하도록 과정을 잘 관리하는 게 임무"라고 말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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