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총 4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자 검찰이 불복하고 상고했다.
31일 검찰은 김 전 원장의 특정범죄가중법상 국고 등 손실 혐의 재판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승련)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 25일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말하지 않고 (청와대에 자금 지원이) 직거래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김 전 원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혐의를 입증할 직접 증거인 김 전 기획관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백준이 경험한 사실과 그렇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진술하지 못하고 있고, 다른 경위로 수수한 자금과 착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1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김 전 원장의 지시로 2억원을 김 전 기획관에게 전달했다는 김주성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의 진술도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검찰도 김주성의 진술을 기초로 수사를 진행했을 뿐, 제3자에게 돈을 받았는지 또는 이를 피고인에게 보고해 승인 받았는지 등을 수사한 바가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보고 없이 청와대에 2억원을 전달한 것과 피고인의 지시 등으로 전달한 것은 당연히 죄책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어서, 김주성이 자신의 책임을 감경·회피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을 동기가 얼마든지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김 전 원장은 취임 초기인 2008년 두 차례에 걸쳐 2억원씩 특활비를 전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3~5월엔 이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4~5월경엔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해 전달한 혐의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여 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다. 당시 대법원은 국정원에서 넘어온 4억원에 대해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밖에 자동차 부품회사인 다스 회삿돈을 횡령하고,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포함한 뇌물을 받은 혐의 등도 유죄로 봤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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