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이유로 공급계약이 취소된 주택을 다시 매매한 선의의 제3자가 피해를 본 경우라도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31일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구 주택법(2016년 1월 개정 전) 제39조 2항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 A씨는 2015년 5월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신축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A씨에게 집을 판 B씨는 보름 전 서울도시주택공사(SH)에 대금을 지급하고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등기한 뒤 A씨에게 다시 매매했다. 이 상황을 지켜본 SH는 B씨의 행위가 주택법이 금지하는 '공급질서 교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분양계약을 취소하기로 했다.
주택법 제39조 2항은 국토교통부나 주택 공급 사업주체가 공급질서 교란이라고 판단하는 경우 이미 체결된 주택 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청구인 A씨는 B씨의 분양계약에서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므로 설령 분양계약이 취소되더라도 자신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는 않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에서 패소했고, 2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주택법 조항의 위헌성을 다퉈야 한다고 판단하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실수요자인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택이 우선 공급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공급제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분양 단계에서 절차·과정이 투명·공정하게 운영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며 "사업주체가 공급질서 교란자와 체결한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판시했다.
이어 "심판 대상 조항은 '주택공급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사업주체가 선의의 제3자 보호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주택공급계약의 효력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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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관계자는 "2021년 3월 개정된 주택법은 선의의 제3자 보호규정을 신설했다"며 "이 개정 규정은 2021년 9월 10일 이후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한 자부터 적용되므로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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