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정기주주총회 시즌도 이번 주가 지나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해마다 반복되는 주주총회의 어려움은 올해도 예외 없이 계속됐다. 전경련은 지난 2월 ‘매출 500대 기업 주주총회 애로사항’을 조사해 발표했었다.
총회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주총 전 사업보고서 확정 및 각종 사전 공시’(49.4%)와 ‘의사정족수 확보 및 의결권수 확인’(31.2%) 등을 꼽았다.
‘사업보고서’는 본래 자본시장법에 따라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이내에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제출해야 하도록 되어 있다. 90일 내라면 대략 3월 말이다. 그런데 2020년 1월 개정된 ‘상법 시행령’은 이 보고서를 주주총회 개최 1주 전까지 전자문서로 주주에게 발송하거나 회사의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것으로 갈음할 수 있다고 정했다. 문제는 이 보고서의 내용이 매우 방대해 이를 작성해야 하는 기업들은 시간 부족의 고충이 크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표준감사시간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등으로 외부감사인의 감사에 소요되는 시간도 크게 늘어 회사가 자의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도 없다.
늦어도 주총 1주일 전까지 이 보고서 작성을 완료해야 하므로, 시간을 최대로 가지려면 총회는 자연히 3월 말로 밀리게 된다. 만약 3월 초에 주총을 하자고 하면 2월말까지는 사업보고서 작성을 완료해야 하니 시간적으로 너무 빠듯하다. 그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들 총회일이 3월 마지막 주에 몰리게 됐다. 실제로 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 조사발표 내용을 보면 2022년 정기주주총회는 3월 하순인 25(금), 29(화), 30(수), 31(목)일에 집중되고 있다.
당국은 주주총회가 특정일(슈퍼주총데이)에 몰리면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아 위해 정관을 개정하면 4월까지도 총회를 개최할 수 있는 것으로 했다. 그러나 정관변경은 총회 특별결의로써 하게 되어 있어 간단하지 않다. 이처럼 총회를 분산 개최하라고 하면서 반대로 물리적 시간 확보 때문에 최대한 늦추어야만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니 앞뒤가 맞지 않다. 총회 1주 전부터 영업보고서를 비치하므로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의사정족수 확보’도 문제다. 보통결의는 최소한 발행주식총수의 1/4과 출석 의결권의 과반수, 특별결의는 발행주식총수의 1/3과 출석 의결권의 2/3이 찬성해야 하는데, 소액주주들의 총회 참석율이 낮아 정족수 확보가 어렵다. 출석의결권을 기준으로 보통결의는 1/2, 특별결의는 2/3로 개정해야 한다. 한편 우군이 되어야 할 국민연금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여러 회사의 임원 선임에 반대했거나 반대할 예정이다. 최근 국민연금의 자료제출 요구도 크게 늘었다. 이제 한국 기업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대응팀에 이어 국민연금 대응팀까지 운영해야 할 지경이다.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파악 및 이들의 보유지분 변동 확인도 골치다. 6촌 이내의 친족과 4촌 이내의 인척이 150명을 넘는 경우도 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인데 이걸 어떻게 파악해야 하나.
‘기업하기 좋은 나라’란 딴 게 아니다. 이런, 어쩌면 이해관계의 대립도 없는 사소한 것 하나 제대로 고치지 못한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역시 공염불이 되고 만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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